해외 주식 등에 눈길… 자금이탈 가속 석달새 1194억달러 늘며 역대 최고 “선진국형 경제모델로 변모” 평가속 “국내 성장 잠재력 약화” 우려도 고개
국내 증시의 부진에 지쳐 해외 주식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純)대외금융자산도 9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제 한국도 일본, 독일 등과 비슷하게 해외 자산에 붙는 이자와 배당 소득을 취하는 ‘선진국형 경제’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투자 자금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어 향후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약해질 수 있단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플러스(+)라는 것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산보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 투자하는 자금이 많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한국의 순대외자산 규모는 세계 8위다. 지난해 말 9위에서 6개월 만에 한 계단 상승했다. 한국의 순대외자산은 2014년 809억 달러로 처음 플러스 전환한 뒤 10년여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박성곤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해외 주식 및 채권 매수가 늘고 보유증권 평가액도 상승했다”며 “미국 증시가 랠리를 지속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증시가 반등했고,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등으로 미국 국채 금리 또한 하락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9000억 달러를 넘긴 순대외금융자산을 두고 외화 부족에 시달리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형 경제 모델로 변화한 결과라고 풀이한다. 대외 자산이 많은 국가는 해외 자산 보유에 따른 이자 및 배당 등으로 안정적인 가계소득을 확보할 수 있고, 외화 유동성 악화 시 안전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해외 투자 자산이 늘어난 것은 수익률이 저조한 국내 증시를 회피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를 무작정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해외주식을 배당 목적으로 투자하는 개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계 소득 증가는 당장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국내 모험 자본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투자 자본 유출이 이어지면 성장이 둔화되고 국내 주식이 매력을 잃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