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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때 지지자들 ‘소수인종 편견’ 심화… 반이민 발언 영향”[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입력 | 2024-11-20 23:03:00

사회적 지위 불안에 트럼프 지지
당선으로 차별 용인 분위기 조성
반이민 정책 지지 여론 접했을 때
이민자 外무슬림 편견도 심해져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트럼프 2016년 당선후 규범 변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은 선거 기간 불거진 혐오 발언과 사회 분열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지지를 받아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2016년 그의 첫 대선 승리와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두 편의 연구를 소개한다.

첫 번째 연구(①)는 2016년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승리 원인을 분석한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러스트 벨트’로 대표되는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트럼프 지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경제적 불안보다는 백인, 기독교인, 남성 등 전통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누려온 미국인들이 느낀 사회적 지위 위협이 트럼프 지지의 주요 원인이었음을 밝혀냈다.》





특히 백인 인구 비율 감소,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약화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는 이민자와 중국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 지지로 수렴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012년과 2016년의 패널 데이터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노동 시장 변화 및 실질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유권자들은 오히려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는 경향을 보였다. 트럼프 지지의 동력이 경제적 어려움 자체보다는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사회적 지위 하락에 대한 불안감, 즉 ‘지위 위협’에 대한 반응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트럼프 당선 이후 이 불안감은 어떤 식으로 표출되었을까? 두 번째 연구(②)는 트럼프 재임 기간 미국인들의 편견 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만 명 이상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13개의 종단 연구 및 실험 연구 결과, 연구진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무슬림, 흑인, 라틴계 등 다양한 소수 집단에 대한 인종 및 종교적 편견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반면 트럼프 반대자들의 편견은 감소했다.

위 그래픽은 무슬림에 대한 편견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로, 가로축은 설문조사 응답을 통해 측정한 무슬림에 대한 편견의 정도를, 세로축은 각 편견 수준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낸다. 트럼프 지지자 그룹의 경우 ‘트럼프 당선 전’의 무슬림에 대한 편견 평균값이 4.51이었던 반면, ‘트럼프 당선 후’에는 5.00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트럼프 반대자 그룹은 기간 1의 평균값이 3.19에서 기간 2에 2.96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러한 편견의 변화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그의 당선으로 인해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적 언행이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인식한 것과 관련이 있다. 즉, 트럼프의 당선이 사회 규범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것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편견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연구를 통해 이러한 인과 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 여론을 접했을 때, 이민자뿐 아니라 무슬림과 같은 다른 소수 집단에 대한 편견도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두 연구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문화적 동질감, 사회적 지위와 같은 심리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사회 불안 등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부추겼다. 이는 러스트 벨트 지역의 백인 노동자 계층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하기 위해 많은 실질적 경제 정책들을 입안해 왔음에도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둘째, 기존 사회 질서와 새로운 사회 질서를 추구하는 집단 간 대립은 한국 사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사회 질서와 가치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정치 전략은 한국 사회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가 느끼는 사회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젊은 세대의 변화 요구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 지도자의 혐오 발언은 사회 규범을 변화시켜 편견 증가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혐오 발언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차별적 언행을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언행, 시민들의 성숙한 참여 의식, 그리고 사회 전반의 끊임없는 감시와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 ① Mutz, Diana C. “Status threat, not economic hardship, explains the 2016 presidential vot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5.19(2018): E4330-E4339.

연구 ② Ruisch, Benjamin C., and Melissa J. Ferguson. “Changes in Americans’ prejudices during the presidency of Donald Trump.” Nature Human Behaviour 6.5(2022): 656-665.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