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명확히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을 언급하며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주장했다. 홍 수석은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당시 “무엇 때문에 사과하신 것인가”를 묻는 야당 의원에게 이같이 답하면서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그날 기자회견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홍 정무수석의 발언이 황당하게 들렸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의혹들을 모두 부인했다. 이에 부산일보 기자가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으로선 답하기 곤란했겠지만 국민 입장에선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권력을 감시하는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 묻고 권력은 답할 의무가 있다.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해외 정상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르윈스키 스캔들’ 질문 공세를 받았고, 고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에서 왜 사퇴 않느냐”는 질문에 시달렸지만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50여 년간 백악관을 출입하며 존 F 케네디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날카롭고 공격적인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던 헬렌 토머스 전 UPI통신 기자는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이 세상에 없다”고 단언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지만 자유주의 언론관과는 거리가 멀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며 시작한 출근길 문답은 MBC 기자의 ‘무례’를 이유로 중단했다. 올해는 신년 기자회견 대신 KBS와 녹화한 대담을 3일 후 내보내는 일도 있었다. 대통령이 민심과 동떨어진 국정 운영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데는 언론 기피증도 한몫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다짐한 국정 쇄신은 ‘전제왕정시대’ 언론관으로 심기 경호하며 자리보전하는 참모들을 멀리하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을 가까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