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사, ADC 연구 활발 난치암 치료서 게임 체인저 활약… 2028년 39조 원 규모 시장 전망 가격 장벽 높은데 건보 적용 안돼… 영국-대만 등 말기 환자에겐 지원 “생명 연장 위해 융통성 발휘해야”
암세포 잡는 신약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제들. 동아일보DB
암세포를 잡는 일종의 ‘유도미사일’인 ‘항체-약물 접합체(ADC)’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ADC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서 8년 만에 10배로 성장해 2023년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가 됐다. 2028년까지 280억 달러(약 39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ADC 관련 임상시험만 150개 이상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아스트라제네카, MSD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레고캠바이오, 동아에스티, 지놈앤컴퍼니 등 국내 제약사들도 속속 ADC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 암 치료의 ‘게임 체인저’
ADC는 치료하기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았던 여러 난치암 치료에서 게임 체인저로 활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삼중음성 유방암’이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부작용이 심한 세포독성 항암제를 표준요법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ADC 항암제인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을 전이성 환자에게 주사했을 때 생존 연장 효과가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은 전이성 2차 이상 환자에게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했다.
또 세포독성 항암제 외에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던 ‘전이성 방광암’은 ADC 항암제인 ‘엔포투맙 베도틴’이 1차 치료제가 됐다. ADC 항암제인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겜투주맙 오조가마이신’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 가격 비싸고 건강보험 적용 안 돼
암세포에 잘 달라붙는 항체와 암세포를 없애는 약물이 연결되어 있는 ADC 모식도. 한국바이오협회 제공
환자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약의 효과를 평가하고 보험 혜택 대상을 결정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와 치료제 가격 및 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은 올해 8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재심 판정을 받았고, 엔포투맙 베도틴은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됐으나 이후 9개월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겜투주맙 오조가마이신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3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 “말기 환자 고려해 융통성 있는 건보 적용을”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할 때는 생명 연장에 필요한 비용을 기존 의약품과 비교한다. 정부가 신약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건강보험 적정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생명 연장 효과가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싼 신약들은 경제성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것이다.
이 같은 신약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건강보험에 등재할 때 다양한 경제성 평가 기준을 적용하거나 우선 적용한 뒤 사후 평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부분의 ADC 항암제는 치료 방법이 제한적인 난치암 환자에게 꼭 필요하며, 이 때문에 보험 적용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 사용되는 ADC 항암제는 영국과 대만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며 “특히 영국에선 경제성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말기 환자의 생명을 연장한다는 점을 감안해 건강보험 적용을 승인했다. 한국도 이 같은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