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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하고 해외 기업 연수… 학부생도 석사 수준으로 경험 쌓아”

입력 | 2024-11-21 03:00:00

서울대, 첨단산업 특성화 교육
교육부, 인재 양성에 84억 원 지원
장학생 선발해 ‘반도체 트랙’ 운영… 기업 CEO-기술진 등이 수업에 참여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전공 만들고, 50억 원 투입해 실습 인프라 구축



13일 서울대 공학관에서 학생들이 영어로 반도체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서울대는 교육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돼 84억 원의 지원을 받으며 107과목으로 구성된 ‘반도체 트랙’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 반도체 소자 연구를 하고 싶어요.”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장지우 씨는 지난해 겨울방학과 올 여름방학에 열린 반도체 공정 및 설계에 대한 특성화 수업을 듣고 최근 진로를 결정했다. 수업 때 이론으로 배운 내용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습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소자 분야에 대한 흥미가 생긴 것이다. 장 씨는 “학부생 수업에선 라이선스 문제 때문에 기업에서 쓰는 반도체 설계·공정 툴을 사용할 수 없는데 특성화 수업에선 가능했다. 직접 경험해보니 진로 결정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대 ‘반도체 특성화대학 장학생’으로 선발된 장 씨는 반도체 회로설계 실습 등 다양한 과목을 수강했다. 13일 찾은 서울대 1공학관 102호 강의실에서는 학생 50여 명이 영어로 반도체의 전기적 성질 관련 강의를 듣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모두 반도체 특성화대학 장학생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 사업’에 선정돼 반도체 분야 특성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반도체 인재 양성 “학부생도 석사 수준으로”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사업은 교육부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대학의 맞춤형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반도체 인력 수요는 2031년까지 12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산업 현장에선 만성적 인력 부족과 양적·질적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해와 올해 반도체와 이차전지 특성화대학 총 21곳을 선정해 약 1175억 원을 지원했다.

지원은 한 대학이 인재양성 계획을 독자적으로 수립해 운영하는 ‘단독형’과 여러 대학이 협업해 운영하는 ‘동반 성장형’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분야를 크게 회로·시스템, 소자·공정개발 등 두 영역으로 나누고 단독형은 두 영역을 모두 포괄하는 대학 한 곳을 지원하는 식이다. 동반성장형은 영역을 나눠 협력·교류하는 두 대학을 지원한다.

서울대는 지난해 단독형 특성화대로 선정돼 올해까지 약 84억 원의 지원을 받으며 독자 교육 과정을 마련했다. 교육과정은 ‘투 트랙’으로 운영된다. 먼저 전기정보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 등 기존 7개 학과 학생 중 장학생으로 선발된 총 161명은 ‘반도체 트랙’ 교육과정을 듣는다. 이 트랙에는 전공·학년별로 이론과 실습을 포함한 반도체 관련 107과목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이 운영된다. 수업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기술진까지 참여하는데, 장학생들은 30학점 이상 이수하면 졸업 때 ‘반도체 인재’로 인정받는다.

서울대 반도체 특성화 사업을 총괄하는 신형철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장학금은 물론이고 현장 실습, 해외 학회 참여 및 기업 연수 기회까지 주어져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며 “처음엔 기수당 50명을 계획했는데 경쟁률이 7 대 1에 달해 80명 규모로 늘렸다. 학점 커트라인도 높아 우수한 학생들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트랙은 첨단융합학부에서 이뤄진다. 첨단융합학부에는 올해 신입생 229명이 입학했는데, 학교 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전공’을 마련했다. 신 교수는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데 신입생 절반 정도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전공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내실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50억 원 들여 반도체 실습 인프라 구축

학부생들도 들어가 반도체 주요 공정을 실습할 수 있는 서울대의 반도체 클린룸 모습.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대는 양질의 교육을 위해선 교육 시설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지난해부터 직접 간단한 반도체를 만들어 그 성능을 측정해보는 측정교육실 등을 만들었다. 또 학교 내 반도체 주요 공정을 실습할 수 있는 ‘클린룸’에 학부생들도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신 교수는 “최근 반도체 산업 및 인공지능(AI)과의 연계에 필수 장비인 그래픽처리장치(GPU) 20대를 포함해 장비 41대를 구비했다”고 밝혔다. 장비 구매를 포함한 시설 개선 명목으로 2년 사업비 총액의 60%가량인 약 50억 원이 편성됐다.

연구 실적이 우수하거나 참여도가 높은 학생에겐 해외 유수 반도체 관련 학회 참여나 기업 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해와 올해 학부생 9명이 국내외 학회 저널 논문 제1저자로 등록되기도 했다. 전기전자공학부 4학년 한동민 씨는 “올여름 학교 지원으로 이탈리아의 반도체 형광물질 학회에 다녀왔다. 견학 수준이었지만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장 씨는 “최근 반도체 경진대회를 나가려 하는데 지도교수님과 멘토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일반 학부에서는 해볼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