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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中企 협력 생태계 만들어야 방산 선진국 도약”

입력 | 2024-11-21 03:00:00

[‘트럼프 시대’ K방산의 도전]
국산부품 배제-단가 후려치기
중기 실적부진 이어져 투자 위축
“K방산 성과 중기까지 고루 퍼져야”




‘113조 원 대 12조6000억 원.’

2022년 기준 한국 방위산업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올린 전체 매출액 차이다. 20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22년 등록된 방산업체 수는 84개로 이 중 대기업은 19개, 중견기업 19개, 중소기업 46개다. 전체 매출 규모는 대기업이 약 113조 원, 중견기업은 11조 원, 중소기업은 1조6000억 원이다. 중견·중소기업이 기업 수로는 전체 방산기업의 77.4%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는 약 10%에 불과한 셈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매출액 순이익률’은 대기업 5.85%, 중견기업 4.96%, 중소기업 4.07%였다.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중견·중소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부진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방산 성과가 대기업에 편중된 이유에 대해 △국내 중견·중소 업체의 부품 배제 관행 △원가 절감 압박 △국산화와 연구개발 투자 부진 등을 꼽는다. 무기 납기일을 맞추려고 검증된 해외 부품을 주로 쓰다 보니 국내 부품 기업 발전이 더뎌진다는 것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원가 절감을 한다는 이유로 하청업체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일도 여전하다”며 “중소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술 및 부품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은 K방산 제품에 각종 부품을 공급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중견·중소기업이 지금보다 더 튼튼해지면 전체 K방산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충남 천안에 있는 중소 방산업체인 연합정밀은 군수용 통신 장비와 커넥터, 케이블 등을 공급하는 회사다. 1980년 창사 이래 각종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 3154종을 국산화했다. 해외에서 비싸게 들여왔던 부품 값을 아낀 덕분에 국방 예산을 약 1조 원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합정밀 외에 기타 방산 중소기업은 방산 대기업에 종속돼 영업이익률이 2% 안팎에 불과한 상황이다.

김덕수 연합정밀 대표는 “원가 절감 압박, 대기업과의 상생 부족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 방산 기업들이 많다”며 “K방산의 성과가 대기업에 집중되고 중소기업들에는 고루 퍼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산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방산 클러스터를 조성해서 촘촘한 방산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며 “국내 방산 업체들끼리 협력할 유인을 많이 만들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천안=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