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발견 50주년’ 도널드 조핸슨 미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소장 1974년 발견한 320만 년 전 화석… ‘직립보행 후 뇌 발달’ 증명하고 ‘아프리카 인류 기원설’ 힘 실어 “인류,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생존… 함께 환경 보호하며 미래 꿈꿔야”
루시 화석. 팔뼈, 두개골, 아래턱, 골반, 갈비뼈 등이 포함된 47개의 뼛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애리조나주립대 인류기원연구소 제공
도널드 조핸슨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인류기원연구소장이 루시 발견 50주년을 앞두고 본보와 국내 첫 언론 인터뷰를 서면으로 진행했다. 조핸슨 소장이 루시 두개골 캐스트와 마주보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 인류기원연구소 제공
● “뼛조각 본 순간 300만 년 전 화석 알아채”
이날 조핸슨 소장의 캠프는 열광했다. 1970년대 고인류학계는 침팬지 등 유인원과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최초의 인류’를 찾는 데 관심을 쏟았는데 당시 학계에서 최초의 인류로 추정하던 화석은 250만 년 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캠프에서 밤새도록 비틀스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반복해서 듣던 조핸슨 소장과 연구자들은 화석에 루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조핸슨 소장은 “루시는 모든 현대 인류의 조상이 과거에 하나였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며 “오래전 공통 조상을 갖는 인류가 함께 미래를 꿈꾸며 하나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인류의 기원 수수께끼에 답을 내놓다
루시는 고인류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편견을 깨며 인류의 기원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을 촉발했다.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직립 보행’, ‘도구 제작’, ‘큰 뇌’ 등을 인간의 특징으로 꼽았다. 어떤 특징이 가장 먼저 진화했는지는 당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뇌를 키운 뒤 직립 보행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가장 우세했다.
50년이 흐른 현재 루시는 더 이상 최초의 인류로 여겨지지 않는다. 루시보다 오래된 고인류 화석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루시 발견 이후 440만 년 전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520만∼580만 년 전 ‘아르디피테쿠스 카다바’, 600만∼700만 년 전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등 고인류 화석이 발견되며 인류의 역사를 앞당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발견 이후 할리우드 스타급 인기를 누렸다. 루시를 보기 위해 박물관에 줄을 서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며,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시간을 내어 루시를 관람했다는 건 전 세계 뉴스거리였다.
조핸슨 소장은 “최근 루시를 발견한 장소를 다시 방문하며 북받치는 감정을 느꼈다”며 “인간도 자연의 고귀한 선택으로 인해 만들어졌기에 우리는 자연에 대한 의무를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류의 생존은 자연과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전 인류가 자연을 지켜내고 미래를 함께 꿈꾸는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