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종 상가 공실 박람회’ 가보니 중대형 공실률 ‘전국 최고’ 오명… 우수한 입지의 저렴한 매물 많아 50여 개 부스 통해 수요자와 연결 시, 상가 활성화 종합대책 발표도
20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세종시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상가 관계자들과 만나 상담을 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공실로 남은 상가만 파악해 보려 했는데 상권 정보부터 세무, 특허, 창업까지 많은 정보를 함께 얻어 갑니다.”
20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조형진 씨(37)는 ‘세종 상가 공실 박람회’ 팸플릿을 살펴보며 이렇게 말했다. 조 씨는 대전에서 2년간 창업을 준비해 왔고, 내년부터 세종에서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사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공실이 많은 상가로 들어가는 것은 좋은 판단은 아니다”라며 “혹시나 저렴한 매물이나 우수한 입지에 있는 매물이 있는지 직접 파악하고 싶어 박람회를 찾았다. 공실로 남아 있는 이유를 상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우수한 매물이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 공실 해결 노력… 임대인-수요자 연결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기념행사 이후 일부 수요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상담이 진행됐다. 각 부스에선 상가 위치와 각종 정보를 담은 대형 터치스크린, QR코드가 담긴 책자 등 홍보와 계약 체결을 위한 열띤 판촉전이 펼쳐졌다. 특히 박람회 가운데는 정원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세종시의 정체성에 따라 작은 정원 형태로 무대를 꾸며 박람회 관계자, 시민 등을 위한 휴식공간이 제공되고 있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축사에서 “상가 공실 문제는 취임하면서부터 가장 심도 있게 다뤄 왔던 사안”이라며 “시민들의 아픔을 뒤로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자는 역발상에서 이번 박람회를 추진하게 됐다. 상가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지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정보 교류 활성화”… 부동산업자 행태엔 눈살
상가 소유주들은 이번 박람회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아쉬운 반응도 보였다. 세종시에서 최대 연면적을 보유한 해피라움페스타 상가의 관리인 정연욱 씨(41)는 “2021년 준공 후 3년간 절반 이상이 공실로 남아 있었는데 최근 볼링장, 골프연습장을 비롯한 스포츠 시설과 편의시설 다수가 입점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흐름을 박람회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다른 관리인들과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박람회 메인인 ‘상가’를 소개하는 부스 공간이 협소했고, 행사 홍보가 부족했는지 실수요자가 대거 몰리지는 않았다”며 “자칫 상가 소유주나 박람회 관계자들만 있는 ‘집안잔치’가 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행사장에선 일부 부동산 중개인들이 상가 소유자나 예비 입주자들에게 접근해 안내 및 계약을 유도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있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