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을 소개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홍보 메일을 작성했다. 메일 제목은 그럴듯하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 만족하며 잠재 고객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반응이 미지근하다. 혹시 메일 송수신에 문제가 있나 확인해 보니 대부분 수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본문을 읽었다면 이 정도로 무관심할 순 없을 텐데.
일단 잠재 고객이 당신의 메일을 클릭했다면 반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미 없이 휴지통으로 직행할 운명은 피했다. 안심은 아직 금물이다. 잠재 고객의 관심이 본문까지 이어지지 않고 제목에서만 끝났다면 결국 실패다.
세일즈 글쓰기에서는 “처음 세 줄에 승부를 걸어라”라는 말이 있다. 도입부는 세일즈 글이 지금 읽힐지 아니면 나중에 읽힐지 결정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나중은 없다. 메일을 열자마자 끝까지 읽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도입부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고객이 시스템1 상태라면 세일즈에 유리한 점이 많다. 시스템1의 특징에 따라 글을 자동적으로, 다른 말로 하면 큰 방해 없이 읽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위험을 느끼면 우리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상대적으로 덜 정확하지만 처리 속도가 빠른 생각을 먼저 작동시킨다. 위험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에서 고객의 머릿속에 시스템1을 작동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다음과 같이 위험을 강조하는 것이다.
“집은 소중한 가족을 지켜주는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집에서 나는 아주 작은 냄새가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청소 서비스를 소개하는데 도입부 문장을 이렇게 작성하면 고객은 어떤 느낌을 가질까. 곤경에 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평소 인식하지 않았던 것들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느껴질 것이다. 위험을 감지한 고객은 당신의 글을 무의식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뇌는 위험 정도를 감각으로 인식할 때 절댓값이 아니라 비교 값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교 대상이 있어야 인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현재 상태의 좋은 점은 부각하고, 위험이 현실이 된 미래 상태의 나쁜 점을 강조하는 식이다. 이때 현재 상태와 미래 상태의 차이가 클수록 고객이 느끼는 위험 정도는 커진다. 저축 상품을 판매하는 데 다음과 같은 문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에게 당신은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지금의 직장을 잃게 돼도 그럴 수 있을까요? 소중한 아이의 미래 준비도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오해하지 말자. 위험을 강조해야 한다고 없는 위험을 만들거나 위험을 과장하라는 말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결국엔 고객을 잃게 될 것이다.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거나 알고서도 외면하고 있었던 위험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때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현재의 긍정적 상태를 부각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효율의 지름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비용을 더 많이 절약하게 해주는 비용 지름길이고, 또 하나는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게 해주는 이익 지름길이다. 어느 지름길을 강조해도 상관없다.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최고급 한우를 백화점 대비 2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입니다”는 비용, “이 제품에만 있는 차별화된 기능이 당신과 동료들의 업무 생산성을 눈에 띄게 향상시킬 것입니다”는 이익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트렌디한 가구를 구입할 때 10% 낮은 가격에, 10% 더 많은 혜택을 얻는 비법을 공개합니다”와 같이 두 지름길을 모두 보여줘도 좋다. 효과는 배가 된다. 단,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만 조심하자.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03호(2024년 10월 2호) ‘첫 세 줄에 승부 거는 세일즈 글쓰기’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