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도 시류를 탄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한 시청 공무원이 부하 직원에게 “확찐자가 여기 있네”라고 말했다가 모욕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외부 활동 감소로 체중이 급격히 불어난 사람을 ‘확찐자’라고 부르곤 했는데 직장 상사가 사무실에서 이런 표현을 쓴 건 모욕감을 주기 충분하단 이유에서였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진행되던 2017년에는 회사 동료들끼리 다투다가 ‘네가 최순실이냐’ ‘최순실 같은 ×’이라고 말한 사람에게 모욕죄가 인정되기도 했다.
▷최근 대법원은 남의 얼굴에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유튜버에게 모욕죄 유죄 판결을 내렸다. 보험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그 유튜버는 경쟁 관계인 유튜버를 자신의 영상에 등장시키며 모자이크 처리 대신 두꺼비 사진을 덧입혔다. 그는 “일종의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주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단순히 사진을 합성한 것에 그치지 않고 “두꺼비처럼 생긴 그 ×× 있죠” “두꺼비는 원래 습하고 더러운 데 있다. 더러운 ×이니까 그렇다”고 말하는 등 상대를 비하·조롱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에는 남의 얼굴을 개 모양으로 합성한 유튜버가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진 일도 있었다. 이 사건에선 무죄 판결이 났다. 영상에 개 그림을 사용한 것 외에, 상대를 개라고 지칭하거나 모욕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참작된 결과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무례한 방법을 쓰긴 했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번 ‘두꺼비 판결’은 최근 영상 편집과 합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딥페이크 등 신종 범죄가 급증하는 세태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 이미지를 위변조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모욕죄가 되려면 해당 표현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공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처럼 SNS나 개인 방송이 활발한 환경에선 비방 게시물이 순식간에 번진다. 파급력이 강해 피해자가 느낄 모욕감도 예전보다 훨씬 크고 오래간다. 자기표현 수단이 많아진 만큼 타인에 대한 평가는 더욱 절제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