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쁜 거래” 보조금 비판에 취임전 42조원 지급 완료 속도전 삼성-하이닉스 협상은 아직 진행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법 보조금에 대해 “나쁜 거래”라고 비판한 만큼 차기 행정부가 시작되기 전 기업들에 할당된 보조금을 최대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한국 기업들과 미국의 보조금 협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사진)은 20일(현지 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이번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약정됐던) 모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또 “첨단기술 대기업들과 관련 발표(보조금 지급을 통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등 설립)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상무부는 2022년 반도체법에 따라 업계에 390억 달러(약 54조5000억 원)의 보조금을 배정했으나, 미 정부와 기업 간 협상이 늘어지며 300억 달러(약 41조9500억 원)가 지급되지 않은 채 묶여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폴리티코는 삼성과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아직 계약 세부 사항을 조율해야 한다고 전했다. 러몬도 장관은 직원들에게 최근 주말에도 일하라고 지시했고,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협의를 서두르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 반도체법 보조금 규정을 철회하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할당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중 반도체법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했다. 그는 “기업이 반도체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급하는 건 옳지 않다. 10센트도 낼 필요 없다”며 “관세 정책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조금으로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게 아닌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에 제조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러몬도 장관은 폴리티코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일은) 분명한 데드라인”이라면서도 “반도체법에 따라 할당된 보조금이 회수될 것이라고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