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부모님 댁에 보일러를 놔 드렸다면, 이젠 인터넷을 놔 드려야 할 때다. 인터넷 사용이 중·장년층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18일(현지시각)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의 인터넷 사용은 비사용자와 비교해 우울증 증상을 평균 약 9%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3개국의 50세 이상 중·장년 8만7559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또한 인터넷 사용이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인터넷 사용자들이 비사용자보다 평균 15% 더 좋게 평가(자가보고) 했기 때문이다.
중년 및 고령 인구의 정신건강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공중보건 과제다. 지난 2019년 ‘세계 질병·상해·위험요인 부담 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s, Injuries, and Risk Factors Study, GBD)’를 보면 세계 각국 55세 인구의 약 14%가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을 경험했다. 이는 특정 질환으로 조기에 사망하거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개인에 얼마만큼의 손실을 야기하는지를 파악하는 장애보정생존년수(DALY·Disability adjusted life year)의 약 2.7%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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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일상 활동 및 이동성이 제한된 중·장년층에게 인터넷 사용은 건강 관련 정보를 얻는 귀중한 대안이자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가족과 친구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중·장년층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채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홍콩대학(University of Hong Kong)과 홍콩시립대학(City University of Hong Kong)의 연구진은 23개국에서 인터넷 사용(이메일, 쇼핑, 여행 예약, 정보 검색 등) 빈도와 사용목적을 보고한 개인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의 온라인 활동이 우울증 증상과 삶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봤다. 평균 추적기간은 6년 이었다.
연구진은 인터넷 사용빈도에 따라 참가자들을 ▽인터넷 비사용자, ▽간헐적 사용자(주 1회 미만), ▽주간 사용자(주 1회 이상), ▽일일 사용자 4개 그룹으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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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결과 인생 후반기를 살고 있는 이들은 인터넷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와 건강상태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효과는 65세 이상, 독신 상태, 사회적 접촉이 적은 사용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사용자와 일부 국가(미국, 영국, 중국 등) 인구에게서 특히 두드러졌다.
연구자들은 50세 이상 성인의 온라인 활동이 사회·공간적 장벽을 극복 하여 가족 및 친구들과의 연결을 돕고, 특히 고령층이 더 넓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결과를 전 연령대로 확장해 일반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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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연구에서는 50세 미만의 인터넷 사용이 불안, 자존감 문제, 섭식 장애 및 온라인 괴롭힘 노출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더라도 적정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인터넷 사용은 수면·신체 활동·대면소통 부족 같은 정신건강에 중요한 요소들을 희생시킬 수 있다. 아울러 허위정보와 인터넷 사기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