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간) 새로운 미국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팸 본디 전 플로리다 법무장관이 대선을 앞두고 이달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유세에서 연설하던 모습. 그린즈버러=AP 뉴시스
‘플로리다 토박이’ 본디는 18년 경력의 검사 출신으로, 2010년 플로리다주 선거에 출마해 주 사상 처음으로 여성 법무장관이 됐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개혁법(ACA) ‘오바마케어’에 대해 2012년 미국 26개 주를 대표해 위헌 소송을 내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인연은 2013년 트럼프 재단이 본디를 지지하는 정치단체에 2만5000달러(약 3500만 원)를 기부하며 시작됐다. 본디가 트럼프 당선인이 운영했던 영리 목적 대학 ‘트럼프대’ 사기 사건 관련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지 나흘 만에 이뤄진 기부로, 당시 ‘소송 거래’ 의혹이 크게 일기도 했다. AP통신은 “본디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정치적 기부금을 요청했고, 트럼프 측이 기부금을 보내자 소송 절차를 멈췄다”고 했다.
주 법무장관을 2번 연임한 뒤 2019년 물러난 본디는 그해 말부터 2020년 초까지 진행된 1차 탄핵 심판 때 백악관에 구성된 변호팀에서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다.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 당선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잠재적 경쟁자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종용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탄핵 심판이었다.
2020년 대선 때도 트럼프 당선인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기소했던 잭 스미스 특별검사 등에 대해 라디오 방송에서 “법률 시스템을 무기화하는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조지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대선 경합주에서 대규모 투표 사기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는 친(親)트럼프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소송센터 의장을 맡았다.
본디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들과도 직간접적으로 다양하게 얽혀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BC뉴스는 “본디는 2019년부터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 같은 회사에서 로비스트로 함께 일했다”고 전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본디는 트럼프 당선인의 며느리인 라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과도 친분이 있다. 두 사람은 플로리다에서 ‘개 경주 금지’ 캠페인에 함께 나선 바 있다.
그는 트럼프 1기에도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다. 초대 법무장관인 제프 세션스가 경질된 뒤 2018년 11월부터 약 3개월간 법무장관 대행을 지냈다. 당시 본디 대신 윌리엄 바를 후임으로 택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2기 법무장관 후보자였던 맷 게이츠가 자진 낙마한지 몇 시간 뒤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를 통해 본디 낙점을 발표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