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회원국 의무 있지만 실제 집행 드물어 유럽에선 입장 엇갈려…비회원국 美는 비판 네타냐후 국제적 입지 좁아져…내부선 호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실제 집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ICC는 2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가자지구 전쟁 관련 전쟁범죄 및 반인륜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함께 야히야 신와르와 이스마일 하니야 전 하마스 지도자 등 간부들도 대상에 포함됐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이바 부쿠시치 국제사 조교수는 가디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서방 상임이사국과 긴밀한 동맹국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며 “지금까지 국제사법 조사에서 거의 면제됐던 이스라엘이 이번 영장을 발부받은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집행 가능은 어려울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로마규정에 따라 ICC 회원국엔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이 자국에 발을 디딘 경우 영장을 집행할 공식 의무가 있다. 항공기 비상 착륙 등 예기치 못한 상황도 포함된다.
국제법 전문가 필립 샌즈는 뉴욕타임스(NYT)에 “체포영장은 ICC 모든 당사자에게 구속력이 있다”며 “당사국 영토에 발을 들여놓으면 해당 당사국은 체포해 헤이그로 이송할 의무가 있다. 매우 구속력 있다”고 강조했다.
당사국이라 하더라도 체포영장 의무를 항상 준수하진 않는다. 특히 대상이 강대국 지도자인 경우 사실상 묵과되고 있다.
몽골은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빈 방문했을 당시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범 혐의로 ICC 수배를 받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지난 18~1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참석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푸틴 대통령과 상황이 다르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타국 방문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가자 전쟁 정당성을 얻기 위해 유엔 등을 찾고 있다.
유럽에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NYT에 “우린 국제적으로 우려되는 가장 심각한 범죄를 조사하고 기소하는 ICC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은 국제법에 따라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두둔했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ICC가 현명한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이번 영장 발부는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이스라엘 최대 우방인 미국에선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1기 임기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NYT에 보낸 이메일 논평에서 “이번 기소는 ICC 문제점을 정확히 보여준다”며 “홍보에 굶주린 검찰은 진짜 범죄자보다 테러 공격 희생자를 먼저 쫓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2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플로리다)도 “ICC엔 신뢰성이 없으며, 이러한 주장은 미국 정부에 의해 반박됐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ICC와 유엔의 반유대주의적 편견에 대응할 것”이라고 공개 지적했다.
집행 여부와 상관없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제적 입지는 좁아지게 됐다. 국제기관에서 ‘전쟁범죄자’로 낙인이 찍힌 만큼 이를 떨쳐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단기적으로 국내 여론을 결집할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국제여론 전문가 달리아 셰인들린은 “이번 일은 네타냐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이스라엘인들은 국제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을 불공정하게 표적 삼고 배제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