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독일 등 유력 정치인에게 접근 가스 공급망 설치해 유럽 옭아매 “자국 이익 위해 푸틴 야욕 방치” ◇노르트스트림의 덫/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권지현 옮김/312쪽·1만8700원·롤러코스터
르몽드 출신 프랑스 언론인이 쓴 신간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유럽에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 ‘노르트스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그려낸 논픽션이다. 저자는 어떻게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으로 유럽을 장악하려 했는지, 유럽 강대국들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어떻게 이 과정에 공모했는지를 추적한다.
노르트스트림은 사업비만 200억 유로에 연간 수송력이 1100억 ㎥에 달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실 구상 단계부터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심화돼 푸틴이 에너지를 전략 무기로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를 이겨내고 푸틴은 노르트스트림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동안 러시아가 해마다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60∼80%가 우크라이나의 육로를 지났는데, 푸틴은 가스관 사용료를 우크라이나에 지급하기 싫었던 것. 그렇게 2011년 노르트스트림 1이, 2021년 노르트스트림 2가 완공됐다.
독일 역시 에너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했기에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탈원전 흐름이 강했던 독일은 환경 오염이 덜하고 가격이 석유에 비해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눈길이 꽂힐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 등을 침범하기 위한 푸틴의 야욕을 알면서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택하면서 눈을 감았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
우크라이나전이 발생해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자 실제로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을 멈췄다. 이에 따라 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곳곳이 인플레이션과 연료난에 시달려야 했다.
전체적으로 푸틴의 덫이 유럽을 옥죄는 과정을 스릴러처럼 묘사해 읽을 때 긴장감이 넘친다.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100여 명이 넘는 인물을 취재한 결과물을 탐사 르포 형식으로 풀어내 몰입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