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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그냥 대학 장학금만 늘릴 게 아니라 졸업장 제값 하게 해야

입력 | 2024-11-22 23:30:00


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을 중산층 자녀에게까지 대폭 확대한다고 21일 발표했다. 국가장학금은 소득 수준을 1∼10구간으로 나눈 뒤 소득 8구간 이하 학생들에게 차등 지급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소득 수준 9구간 학생들에게도 연간 100만 원 이상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은 전체 대학생(205만 명)의 약 절반인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국가장학금 확대는 당정이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시안을 발표해 중산층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새로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이 된 소득 9구간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과 재산을 합쳐 환산한 월 소득 인정액이 1220만∼1829만 원이다. 통계청 소득 10분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소득 606만∼806만 원에 해당한다. 중산층 자녀에게까지 지급 대상을 넓히는 것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또래 중 대학에 가지 않는 25%의 청년들에게는 역차별이 된다. 가뜩이나 세수 결손이 심각한 형편인데 월 소득 인정액이 20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구까지 세금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야 하나.

교육부의 내년 고등교육 예산은 올해보다 약 1조 원 늘어난 15조6000억 원이다. 그런데 증액된 예산 중 55%가 국가장학금에 쓰인다. 대학 경쟁력 강화에 투자해야 할 재정을 중산층 학비 지원에 투입하면서 교육 재분배 효과도 없이 대학 교육 환경은 더 열악해지게 됐다.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의 교육 여건 투자비는 늘기는커녕 동결 이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양동이로 빗물 받는 강의실에서 수업하고 고교보다 못한 실습실에서 연구하는 실정이다. 이런 대학에서 딴 졸업장이 제값을 할 리 없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졸자 취업률이 낮고 고졸 대비 대졸자의 상대적 임금 수준도 떨어진다. 고졸자를 뽑는 일자리에 대졸자들이 대거 몰리는 하향 취업 현상도 고착화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고등교육 정책의 목표는 대학 경쟁력 강화와 교육 기회의 확대다. 정부도 학령인구 급감에 맞춰 부실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되 살아남은 대학은 규제를 풀어 혁신 경쟁을 장려하고, 정부 지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대학 졸업장은 튼튼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제값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