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을 중산층 자녀에게까지 대폭 확대한다고 21일 발표했다. 국가장학금은 소득 수준을 1∼10구간으로 나눈 뒤 소득 8구간 이하 학생들에게 차등 지급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소득 수준 9구간 학생들에게도 연간 100만 원 이상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은 전체 대학생(205만 명)의 약 절반인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국가장학금 확대는 당정이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시안을 발표해 중산층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새로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이 된 소득 9구간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과 재산을 합쳐 환산한 월 소득 인정액이 1220만∼1829만 원이다. 통계청 소득 10분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소득 606만∼806만 원에 해당한다. 중산층 자녀에게까지 지급 대상을 넓히는 것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또래 중 대학에 가지 않는 25%의 청년들에게는 역차별이 된다. 가뜩이나 세수 결손이 심각한 형편인데 월 소득 인정액이 20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구까지 세금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야 하나.
교육부의 내년 고등교육 예산은 올해보다 약 1조 원 늘어난 15조6000억 원이다. 그런데 증액된 예산 중 55%가 국가장학금에 쓰인다. 대학 경쟁력 강화에 투자해야 할 재정을 중산층 학비 지원에 투입하면서 교육 재분배 효과도 없이 대학 교육 환경은 더 열악해지게 됐다.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의 교육 여건 투자비는 늘기는커녕 동결 이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양동이로 빗물 받는 강의실에서 수업하고 고교보다 못한 실습실에서 연구하는 실정이다. 이런 대학에서 딴 졸업장이 제값을 할 리 없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졸자 취업률이 낮고 고졸 대비 대졸자의 상대적 임금 수준도 떨어진다. 고졸자를 뽑는 일자리에 대졸자들이 대거 몰리는 하향 취업 현상도 고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