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고공행진] 비트코인, 사상 첫 9만9000달러 넘겨… 수요 증가속 정책까지 親코인 전망 트럼프, 부채 해결에 코인 활용할듯… “적자 관리 능력 약화시킬 것” 우려도
시장 안팎에서는 향후 수년 내 10배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호재들이 누적된 데다가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친(親)가상화폐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 미 상원의원 “정부, 금 팔고 비트코인 사야”
이날 급격한 상승세는 겐슬러 위원장이 조만간 사퇴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2021년 4월 취임한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화폐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치와 규제를 주도해 ‘가상화폐 저승사자’라고 불려왔다. 바이낸스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변동성이 너무 큰 자산”이라는 이유로 지연시키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규제파’ 겐슬러 위원장의 1월 사퇴 예고로 규제 리스크가 제거됐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가상화폐 친화 정책이 다수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가상화폐는 돈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선거 기간엔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비트코인을 활용해 미국 정부의 부채 35조 달러를 갚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증가한 미국의 국가 부채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달러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당선인의 복안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 올 7월에는 미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5년간 최대 100만 개 사들이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을 발의한 신시아 루미스 의원은 “정부의 금 비축분 일부를 매각해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한다”며 “정부의 비트코인 비축이 미국이 세계 기축 통화로서 달러를 지탱하고 부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매입하게 되면 다른 국가들도 비트코인 보유에 뛰어들 수 있는 만큼, 또 다른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 공급 줄고 수요 느는 비트코인
비트코인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 1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며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전엔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고 기관 자금이 공식 유입되기가 어려웠지만, ETF 승인 이후에는 비트코인을 추종 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다수 생기면서 안정적인 자본 유입이 이뤄졌다. 한 가상화폐 업체 관계자는 “ETF 출시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직접 투자를 꺼리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도 상당량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등세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아무리 트럼프가 친가상화폐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는다면 비트코인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잭 팬들은 “비트코인은 주식과 양의 상관 관계를 가진 위험 자산인 만큼 경기 침체 시 가격 하락 우려가 있다”며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고 했다.
국가 부채를 비트코인 매입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은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본질적 가치가 없는 단순 투기 자산에 불과한 만큼 정부의 재정 적자 관리 능력을 약화하고 재정 균형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