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두산에서 데뷔…KT와 FA 계약하고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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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허경민입니다.”
베테랑 내야수 허경민이 인사를 건넸다. 아직은 ‘낯선’ 자기소개가 담긴 인사였다.
허경민은 23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T 팬페스티벌에 ‘KT 점퍼’를 입고 참석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 후 팬들 앞에 선 건 처음이다.
허경민은 지난 8일 KT와 4년 총액 40억원(계약급 16억원·연봉 총액 18억원·옵션 6억원)에 사인했다.
프로 입성 후 첫 이적이다. 그는 2009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뒤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해 왔다.
이제야 KT 선수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고 있다. 허경민은 “오늘 서울에서 수원에 오는 길이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팬들의 환영을 몸으로 느껴서 정말 너무 감사하다. 최선을 다할테니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이적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16년간 몸담았던 두산에 대한 감정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시즌을 마친 뒤 남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옵트 아웃을 선언하고 시장에 나왔다. 그에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두산 팬들도 적지 않았다.
허경민은 이적 결정에 대해 “정말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조심스러워했다.
“저에 대한 KT의 진심이 정말 너무 느껴졌다. 연락을 가장 먼저 주셨고, 계속 주셨다. 처음에는 ‘왜 그러시지’ 했는데 정말 나를 원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신인 시절부터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때까지 한결 같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 대해서도 진심을 전했다.
‘90즈’로 불렸던 1990년생 동갑내기 절친 정수빈(두산)과도 헤어지게 됐다. 앞서 박건우(NC 다이노스)도 2021시즌을 마친 뒤 두산을 떠났다.
허경민은 “사실 수빈이에게 (이적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 고맙고, 미안하더라. 내가 항상 함께하자고 했는데”라며 마음을 전했다.
이어 “수빈이와 건우는 마라톤으로 따지면 나에게 페이스메이커 같은 친구들이었다. 내가 힘들 때 따라가려고 했고, 처질 때 그 친구들이 끌어줘서 정말 즐겁게 야구를 했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새출발을 결심한 그는 이제 KT 선수로 첫발을 내디딘다.
허경민은 그간 지켜본 KT에 대해 “항상 강팀이라고 생각했고, 경기할 때 까다로운 팀이었다. 워낙 투수도 좋고 타선도 빈틈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항상 어려웠던 팀”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KT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허경민이 활약해야 한다.
그는 “KT가 승리하고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왔다”며 “내년 스프링캠프 첫날에 정말 좋은 몸 상태로 합류할 수 있게끔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