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나이 많은 경영진 보수적인 투자 정책 펼쳐도 더 높은 자본수익률 기록해 기업 투자에도 다양성 중요
성별과 나이는 경영진의 의사결정 스타일 및 리더십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기업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여성 경영자는 남성보다 더 협력적이고 소통에 능숙하며 공감 능력이 뛰어나 기업 내 팀워크를 촉진하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나이 든 경영진은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강하고 혁신에 대한 열의가 낮아 급변하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겨진다. 기존 연구들은 이런 일반적인 인식이 기업의 재무적 의사결정과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이제는 성별과 나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경영진의 행동 특성 및 경영 지표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흐드석유광물대 연구진은 최고경영진, 특히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성별과 나이가 기업의 주요 재무 의사결정과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했다. 나아가 성별과 나이에 따른 자기 과신과 위험회피 성향이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임을 밝혀내며 경영진의 특성과 기업 성과 사이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였다.
연구진은 1992∼2018년 2564개 기업의 CEO와 CFO의 나이 및 성별과 자금 조달, 투자 규모, 자본수익률 등 주요 경영 지표, 자기 과신, 위험회피 성향 등 대표적 행동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성별과 나이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 경영진과 남성 경영진을 비교했을 때 여성 경영진이 이끄는 기업은 외부 자금 조달과 투자 규모가 남성 경영진이 이끄는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러나 자본수익률은 여성 경영진이 17.0%로 남성 경영진의 14.4%에 비해 2.6%포인트 높아 보수적인 투자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높은 투자 효율성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나이 든 경영진은 젊은 경영진에 비해 외부 자금 조달과 투자 규모가 작았지만 더 높은 자본수익률을 기록하며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높은 투자 효율성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줬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