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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의료진 없다” 환자 거부…법원 “보조금 중단 정당”

입력 | 2024-11-24 09:09:00

추락 사고 이후 2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
복지부, 대구 병원 4곳에 보조금 지급 중단
병원 측 “전문의 부재…응급의료 거부 아냐”
法 “기초 진료조차 안 하면 거부·기피 행위”



ⓒ뉴시스


추락 사고를 당한 응급 환자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 거부한 병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정부의 행정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최근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설립·운영한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3월19일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만 17세 응급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2시간30분가량 병원을 떠돌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구급대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병원 4곳 응급실에 환자를 치료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의료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적절한 응급처치와 진료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실은 구급대로부터 응급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기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구급대는 사고 직후 A병원 응급실 입구까지 환자를 이송해 수용을 의뢰했으나 해당 병원 의사는 정황만 들은 채 ‘스스로 뛰어내렸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옮기라’고 권유했다.

응급의료법은 응급실은 환자의 주요 증상, 호흡·맥박·혈압·체온 등 활력 징후와 의식 수준을 고려해 중증도를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구급대는 인근 B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옮겼으나 이 병원 전공의 역시 환자 상태를 직접 살피지 않은 채 ‘중증외상이 의심되니 권역외상센터부터 가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같은 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해 환자 수용을 요청했지만 “병상이 없어 수용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후 구급대는 C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에 전화해 환자 수용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각각 ‘외상 환자 수술이 시작돼 안 된다’, ‘신경외과 의료진이 학회 출장을 가 없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복지부는 환자 중증도를 확인하지 않고 전화 통화만으로 다른 환자 수술이 더 급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진료 거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고 발생 약 2시간 후 삼일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더 큰 병원에서 심폐소생 처치를 지속하라’는 의료진 권유로 응급 환자는 다시 대구가톨릭병원으로 이송됐고, 이곳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복지부는 대구가톨릭병원을 비롯한 병원 4곳에 6개월 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행정처분과 함께 처분일 6개월 이내 병원장 주재 사례검토회의를 통한 책임자 문책 등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에는 ▲응급환자를 우선하도록 병원 시설·인력을 재배분 등 재발방치책 수립 ▲구급대의 환자 수용 의뢰 내역, 의료진 응답의 전체 기록·관리 등도 포함됐다.

이에 대구가톨릭병원은 “당시 이 사건 병원에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라는 점을 알렸으며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했다”며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병원이 이 사건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응급환자에 대해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응급의료를 중단한 경우 ▲응급의료행위를 요청한 자에 대해 응급환자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진료행위 자체가 없었던 경우는 응급의료법에서 정한 ‘응급의료의 거부 또는 기피’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 또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 그가 응급환자인지를 판단하는 기초 진료조차 하지 않은 경우 응급의료 거부·기피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그가 응급환자인지를 판단하고 전문적인 지식에 의한 상담, 진단 결과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전원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며 “환자에 대한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급대원이 통보한 응급환자의 상태만을 기초로 응급환자인지 여부 내지 필요한 진료과목을 결정한 다음 수용을 거부한 행위를 두고 당시 상황에서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