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입장을 밝히면서 피해자들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광주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정영호)는 7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19명이 일본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옛 미쓰비시 광업)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14명에 대해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피해자 19명(1907~1925년생)은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일본 후쿠오카현, 북해도 등 일본 6개 지역 탄광에서 1~5년 동안 강제노역을 했다. 피해자 19명은 모두 사망했고 유족들이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사망 피해자 1인 기준 1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지만 재판부가 직권으로 산정금액을 4억 원으로 늘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일제 강제동원 소송에서 생존 피해자 위자료는 최고 1억 5000만 원, 유족 위자료는 최고 1억 원 안팎이었다.
재판부는 “판결은 불법행위의 경위와 정도, 미쓰비시 광업의 가담 정도는 물론 피해자들의 강제징용 당시 나이, 종사기간, 노동·자유억압 정도 등을 참작했다”며 “특히 미쓰비시 광업(피고)이 오랫동안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배상을 완강히 거부해온 것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사한 강제징용 사건 판결 손해배상액과 형평을 고려하고 오랫동안 세월이 흘려 물가와 국민소득수준이 크게 상승한 상황 등을 감안해 위자료 금액을 피해자별로 4억 원으로 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가 1인당 위자료 액수를 4억 원까지 늘린 것은 소멸시효 경과로 위자료를 인정받지 못한 유족들을 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 측의 항소가 예상된다. 항소심에서 위자료 인정금액이 바뀔 가능성도 남아 있다.
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이례적인 위자료 증액 판결을 반겼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은 대법원에서 승소해 확정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 3건 이외에 전국적으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60여건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1심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사소송 20여건에 긍정적 효과로 반영되기를 기대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