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럽 최빈국으로 꼽혔던 아일랜드가 낮은 법인세율로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며 엄청난 ‘돈방석’에 앉았다. 다만 법인세 의존도가 너무 높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올해 아일랜드의 예상 법인세 수입이 375억 유로(약 55조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2013년 46억 유로였던 걸 감안하면 8배가 넘게 증가한 수치다. 법인세 수입을 전체 인구로 나누면 국민 1인당 약 7000 유로를 번 셈으로, 영국(1248유로)의 약 5.6배 수준이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 2024.05.22 AP 뉴시스
WSJ에 따르면 은 법인세로 국고를 비축한 아일랜드 정부는 국내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수도 더블린에 약 22억 유로를 들여 지은 어린이 병원이 대표적이다. WSJ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어린이 병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가 재정 흑자에도 마냥 웃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법인세 수입이 전체 국가 수입의 27%에 이를 정도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세 수입의 약 60%는 10개 대기업에서 나와, 한 곳이라도 이탈할 경우 심각한 세수 감소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부 지출이 늘어나며 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인세 호황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변국의 압박으로 아일랜드는 올해부터 연간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 이상인 대기업은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인상하기로 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 법인세율을 아일랜드와 비슷한 1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유럽사법재판소(ECJ)가 9월 아일랜드의 애플에 대한 법인세 혜택을 “불법 지원”이라 판결한 것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해당 판결을 계기로 EU 당국이 법인세율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서면, 글로벌 기업들이 아이랜드를 떠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