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콘서트 ‘조용필&위대한탄생’. 검은색 선글라스에 빨간색 재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가왕’ 조용필(74)이 1만50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외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성 팬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오빠”라고 환호했다. 이에 질세라 한 남성 팬이 “용필이 형님”이라 소리쳤다. 조용필은 폭소를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같이 부르면 힘이 납니다. 운동하는 셈 치고, 노래방에 왔다고 생각하고 노래 부릅시다.”
조용필이 이어 마이크를 잡고 명곡들은 연달아 불렀다. 조용필이 ‘단발머리’(1980년)의 가사 ‘비에 젖은 풀잎처럼/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를 읊조리자 60, 70대 노년 여성 팬들이 그 시절 소녀로 돌아간 듯 눈을 반짝였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 가사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가 울려 퍼질 땐 40, 50대 중년 남성 팬들이 번쩍 일어나 두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그래도 돼’ 가사 ‘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가 흐르자 20, 30대 팬들이 ‘떼창’으로 화답했다.
주목할 건 공연이 세대 화합의 장이었다는 것. 조용필의 주 팬층인 중년 여성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찾아온 팬도 많았다. 한 여성은 초등학생 딸의 손을 단단히 잡고 노래를 따라불렀고, 노년의 부부가 어깨동무하며 콘서트를 지켜보기도 했다. 노모를 휠체어에 태우고 온 딸,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가 찾아온 모습도 보였다.
반응이 최고조로 이른 건 후반부 ‘모나리자’가 흘러나올 때였다.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나/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라는 열창에 팬들은 모두 일어나 방방 뛰었다. 조용필은 록스타처럼 직접 기타를 메고 밴드 ‘위대한탄생’과 함께 협주하며 흥을 돋웠다.
마지막 곡은 ‘바운스’(2013년).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라고 외치며 조용필은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2시간 10분 동안 30여 곡이 이어진 공연에 지치지 않고 참여한 팬들을 향한 헌사였다. 공연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조용필은 수십 번 외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