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형성 과정 연구해 중력 예측 한국인 참여 DESI 프로젝트 연구팀… 은하-특이 천체 등 600만여 개 분석 태양계 바깥 먼 거리의 천체에서도… 중력 계산식에 따른 예측 결과 일치 질량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중성미자… 계산 실험 통해 상한선 제시하기도
2023년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내린 기간에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 국립천문대에서 메이올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는 장면. KPNO/NOIRLab/NSF/AURA/R. Sparks 제공
과학자들이 중력을 계산하는 이론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태양계를 넘어 110억 년에 걸쳐 형성된 우주 시공간에서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프로젝트 연구팀은 110억 년간 우주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을 연구하고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대로 중력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19일(현지 시간)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했다. 연구 결과는 내년 1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리는 미국천문학회 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2021년 시작된 DESI 프로젝트 연구팀은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 산꼭대기에 위치한 5000개의 작은 광섬유 로봇으로 구성된 망원경을 활용한다. 먼 은하에서 나온 빛의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관측해 연구 데이터를 모은다. DESI 프로젝트에는 한국천문연구원(KASI)과 고등과학원, 세종대 등 한국 연구진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 아인슈타인이 계산한 중력, 우주 규모서도 일치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일반 상대성이론은 중력의 정체를 설명한다. 별이나 행성 등 질량을 가진 물체는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력은 물질 사이에 작용해 지금의 우주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힘이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일반 상대성이론 자체를 검증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라 나온 중력 계산식에 대한 보정 여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력은 두 물체 사이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아주 멀리 떨어진 물체 사이의 중력을 계산하거나 블랙홀 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보정값을 더하는 ‘수정 중력(modified gravity)’ 이론에 대한 과학자들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태양계 내에 있는 천체는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예상하는 보정값에 대한 영향이 없거나 매우 미미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아주 먼 거리의 천체에서도 일반 상대성이론이 중력을 잘 설명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 미지의 중성미자 질량 범위도 좁혀
DESI 연구팀은 중성미자 질량을 파악하는 데도 기여했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하나로, 현재까지 발견된 입자 중에서 질량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유일한 입자다.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지만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유령 입자’라고도 불린다.
중성미자의 종류는 세 가지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세 종류의 중성미자 질량을 모두 더한 값의 범위를 좁혀가며 중성미자의 질량을 알아내고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세 종류 중성미자 질량의 합이 최소 0.059eV/c²(매우 작은 질량의 단위로 1전자볼트를 빛의 속도 제곱으로 나눈 값)여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DESI 연구팀은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성미자 질량 계산 실험을 통해 세 중성미자의 질량 합계가 0.071eV/c² 미만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새로운 상한선을 제시했다. 중성미자 질량 범위를 좁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홍 책임연구원은 “중성미자는 우주 초기 물질 분포 형태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