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4.11.18.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 이어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도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점점 ‘유죄’ 이미지가 각인될 것이다. 그게 가장 걱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의 두 번째 사법리스크 분수령을 하루 앞둔 24일 이 같이 말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25일 1심에서 피선거권이 5년 간 박탈되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2027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더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연이은 사법리스크로 당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이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균열도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이 대표가 위증교사 1심에서 벌금형이나 무죄를 선고 받으면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 이후 당내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고, 여권을 향해 투쟁 강도를 높이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5일 오후 2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진행한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하는 김 씨에게 이 대표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하는 등 검사 사칭 사건이 누명이었다는 취지의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02년 KBS PD와 짜고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검사인 척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됐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이 대표의 ‘고의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유무죄를 가르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들었다고 해주면 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이 “기억을 만들어내달라는 요구와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김 씨 역시 재판 초기부터 위증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이 대표는 김 씨와의 통화 녹취록에 나온 ‘있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기억을 상기해 보세요’ 등 표현을 언급하며 “사건을 재구성하라는 게 아니라 기억을 되살려 보라고 한 것 뿐”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재판부가 ‘위증 교사’가 있었다고 인정하더라도 해당 발언이 재판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줬는지에 따라 형량은 달라질 수 있다. 위증(교사 포함)범죄 양형기준은 징역 6개월~1년 6개월을 기본 형량으로 권고하고 있다. 위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줬거나, 경제적 대가를 지급한 경우 최대 징역 3년까지 가중해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과 특검 촉구 제 4차 국민행동의 날 및 시민행진 행사가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참석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친명 지도부 긴장감 속 “무죄” 주장
민주당은 “플랜 B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연이어 중형 선고로 당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전현직 비명(비이재명)계도 바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 현역 의원은 “위증교사 1심마저 금고형이 나오면 친명(친이재명) 의원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이대로 괜찮겠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연일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며 엄호에 나섰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표 관련 모든 사안이 총체적으로 ‘사법 살인’ 시도”라고 했다. 다만 사법부 자극을 우려한 듯 ‘사법 살인’이라는 표현에 대해 “사법체제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으로, 불완전한 사법체제를 이용한 정치적 살인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1심 선고 직후인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등 총공세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을 보고하고, 김 여사를 겨냥한 상설특검 구성을 위한 국회 규칙 개정안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