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태국공장 1000명 해고 추진 폭스바겐 “독일내 공장 3곳 폐쇄” 포드는 유럽서 4000명 감축 나서 “현대차-기아도 낙관만은 어려워”
자동차 강국인 독일·일본·미국의 자동차 업계에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늘려 가고 있는 와중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길어진 탓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위기를 맞이하자 부품사들도 인원을 감축하는 도미노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태국의 경우 본래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일본 텃밭’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차 공세 탓에 80%대 점유율로 떨어졌다. 7월 중국 비야디(BYD)와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자회사인 아이온이 나란히 태국 현지에 공장을 완공하며 공세를 강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독일, 일본,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세에 수익성이 악화되자 몸집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중국 브랜드들은 9월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45.3%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해 점유율이 2∼3%포인트가량 줄었음에도 여전히 기세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게다가 독일 자동차 업계의 위기에는 고질적인 ‘독일병’도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에 따르면 독일 노동자의 지난해 병가 일수는 평균 19.4일로 스위스(9.2일)와 비교해 두 배 이상이었다. 테슬라의 한 독일 공장 인사 담당자가 병가를 낸 직원의 집에 불시에 찾아가 꾀병인지 점검한 것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독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며 전기차 캐즘까지 심화돼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완성차가 어려워지자 부품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사인 보쉬(5500명 감축)를 비롯해 독일의 셰플러(4700여 명 감축)와 ZF프리드리히스하펜(1만4000명 감축)은 각각 유럽 사업장 내 대규모 감축을 발표했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은 2026년까지 프랑스 공장 2곳, 2025년까지 독일 공장 2곳을 폐쇄하기로 한 상태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