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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위조 상품, 韓지식재산 위협… AI 활용해 막을 것”

입력 | 2024-11-25 03:00:00

김완기 특허청장 인터뷰
5년간 韓기술 해외유출 시도 97건… 질 낮은 위조 상품, 안전 보장 못해
4월부터 AI 모니터링 시범 실시… 내년엔 130개 브랜드로 확대 적용
내국인 특허 보유 100만 건 넘어… 지식 생태계 강화해 2배로 확대



김완기 특허청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억 건의 특허 빅데이터는 전 세계 기업, 연구소, 대학이 만든 고급 기술의 집약체”라며 “이를 활용해 산업 기술 동향을 분석하고 미래 유망 기술을 발굴해 국가 연구개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특허를 보면 전 세계 산업이 향하는 방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지식재산을 키우고 지켜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

김완기 특허청장은 2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억 건의 특허 대용량 자료(빅데이터)는 ‘원석’이 쌓여 있는 공개 창고”라며 “원석을 활용해 국가 경제를 이끌 보석을 만들겠다”고 했다. 올해 7월 기준 내국인이 갖고 있는 특허는 100만 건이 넘었다. 정부는 국민 안전과 지식재산권을 위협하는 위조 상품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판매 글을 차단, 삭제하고 국내 반입도 막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식재산이 왜 중요한가.

“지식재산은 기업을 지키는 무기다. 거칠게 표현하면 지식재산이 있는 곳은 ‘정식 점포’, 없는 곳은 ‘노점상’이다.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냐, 없냐의 접근이다. 기술 패권 시대에 세계 시장을 뚫고 나갈 힘도 지식재산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산업재산권이 1% 늘면 해당 산업의 매출이 평균 0.35% 증가한다고 한다. 유럽특허청 자료를 보면 특허가 있는 신생 창업기업의 자금 조달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6.4배 높다. 연구개발 성과가 지식재산으로 이어져야 우리 경제 생산성이 확보된다.”

―해외로 기술을 빼돌리는 ‘지식재산 사냥꾼’을 어떻게 막을 건가.

“최근 5년 동안 우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한 시도가 97건이다. 유출됐다면 피해 규모가 23조 원 될 것이다. 우리 첨단기술에 군침 흘리는 불법 세력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이 기술, 영업비밀,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와 산업기술 보호 강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특허 빅데이터 활용 기술 보호 법령 정비, 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 대상 기술 보호 상담, 기술 유출 분쟁이 났을 때 유출된 기술 가치 평가를 포함한 한국형 증거 수집 제도도 추진하겠다.”

―위조 상품이 미치는 영향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시장이 다양해지면서 위조 상품이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원기술을 가진 기업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술 개발을 하고 직접 생산비를 더해 제품을 만든다. 위조 상품은 연구개발 없이 직접 생산비로 만든 질 낮은 물건이다. 위조 상품을 자르지 않으면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낸다.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고 제품 안전 역시 담보할 수 없다.”

―위조 상품 대응책은….

“알리와 테무 등을 살펴서 위조 상품을 찾으면 관세청이 해당 물품이 국내로 들어오는 걸 막는 사업을 올해 4월부터 시범 시작했다. 10월까지 5167건이 통관에서 막혔다. AI 모니터링으로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되는 국내 11개 브랜드를 살펴보고 있는데, 내년에는 130개로 늘린다. 해외에 기반을 둔 판매 업체의 국내 대리인 지정, 소명 의무 부과 등을 담은 상표법 개정도 추진한다.”

―해외 지식재산 분쟁에 대한 우리 수출기업 지원 방안은….

“해외 진출 시 지식재산 침해 소송을 당하면 수출 중단, 계좌 압류로 이어진다. 내년부터 수출 예정, 초기 기업에 산업별 특허분쟁 위험 수준, 해외 특허 관리 전문기업 동향을 분석해 지식재산 분쟁 예방 상담을 한다. 현재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베트남, 태국, 인도, 멕시코 등 8개국 10곳에서 해외 지식재산센터를 통해 초동대응 법률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내국인 특허 보유건수 100만 건이 넘었다.

“국가 경제는 지식과 기술이 쌓이고 활용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올해 7월 내국인 보유 특허가 100만 건이 넘었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1000명당 대비 특허 보유 건수는 27.1건으로 중국(4.2건)의 6.5배, 미국(7.3건)보다 3.7배 더 많다. 기술은 있는데 물적 담보나 신용도가 부족한 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지식재산 금융 규모도 올해 8월 10조 원을 넘겼다. 지식재산 선순환 생태계를 강화해 2027년에는 국내 기업이 갖고 있는 산업재산권을 200만 건까지 늘리겠다.”

―특허 빅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나.

“특허 빅데이터 6억 건은 전 세계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이 만든 고급 기술 정보가 모인 열려 있는 보물창고다. 세계적 연구개발 동향, 연구자, 기술 분야, 기술 정보 등이 담겨 있어 국가, 기업별로 최신 경향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유망 기술을 발굴해 국가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겠다.”

―특허청을 어떻게 꾸려나갈 건가.

“정답은 현장에 있다. 주중에 3, 4번 정도 반드시 업체 현장을 챙겨 목소리를 듣고 고민한다. 최근 직무발명 보상금 개선 등 세제 개선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다.”

―발명의 날 60주년을 앞뒀다.

“특허법에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고도화한 것’으로 나온다. 발명의 날인 5월 19일은 1441년 세계 최초로 측우기가 탄생한 날이다. 내년 60주년을 맞아 ‘Best 60, Next 60’을 주제로 준비 중이다. 마침 광복 80주년과 맞아 떨어져 독립유공발명가에 대한 포상 방안도 추진하고 국제회의도 한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