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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로 숨진 17세…法 “병원 보조금 중단 정당”

입력 | 2024-11-24 19:37:00

복지부, 대구 병원 4곳에 보조금 지급 중단
병원 측 “전문의 부재…응급의료 거부 아냐”
法 “기초 진료조차 안 하면 거부·기피 행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대구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17세 여학생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 10여 곳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에 내린 보조금 중단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을 설립·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대구에서 17세 A 양이 4층 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19구급대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병원 4곳 응급실에 환자를 치료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의료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줄줄이 진료를 거부했다.

사고 후 2시간 반 넘게 병원을 찾아 떠돌던 A 양은 한 중소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날 중소병원 포함 10곳 이상의 병원이 A 양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복지부는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를 이유로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에 시정명령과 6개월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중증도 분류 의무도 위반해 과징금이 추가됐다.

이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당시 환자가 외상성 뇌손상이 의심되기에 병원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하거나 신경외과 이외의 다른 과목에 대한 진료는 가능하다고 했다”며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이 없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응급환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적인 진료조차 하지 않은 채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며 병원이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어 “응급실에 시설 및 인력의 여력이 있었음에도 응급환자 수용을 거듭 거절해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까지 발생하는 등 응급의료 거부·기피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복지부의 6개월분 보조금 중단이 재량권을 벗어났다’는 병원 주장에 대해서도 “시정명령 이행 기간 응급의료법에 따른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일 뿐 병원 운영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