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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한 아이에게 안 하느니만 못한 말[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입력 | 2024-11-24 23:00:00

〈214〉 거짓말 대처법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부모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열린 마음으로 정직하게’이다. 또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를 이해하려고 하고, 정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이런 의미에서 부모들이 조심해야 할 말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빠한테(혹은 엄마한테) 이르지 않을 테니 솔직하게 말해 봐”다. 부모는 아이가 거짓말한 것을 배우자가 알게 되면 더 크게 혼날 수도 있으니 본인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이 말에는 ‘아빠한테는(엄마한테는) 비밀로 하여 숨기자’라는 속임수가 들어가 있다. 오히려 부모가 아이에게 거짓말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준 꼴이 된다. 이 말을 듣는 아이는 엄마가 자기와 한패(?)가 되어 아빠를 속이고 있다고 느낀다. 아빠에게 비밀을 가진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하기도 하고, 탄로 날까 봐 불안해진다.

“절대로 거짓말만큼은 용서 못 해. 거짓말이면 혼날 줄 알아”라는 말도 적절하지 않다.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고, 반대로 성장하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가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그 마음을 헤아려 주고 받아들여 주면서 고쳐 나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에게 거부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절대로’라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말 자체가 지닌 강한 어감 때문에, 아이는 조금만 잘못해도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혼날 줄 알아’라는 말 또한 아이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 한다. 당장은 엄포를 놓는 부모의 말이 두려워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들키지 않으면 혼나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거짓말 안 하고 사실대로 말하면 엄마가 혼내지 않을게. 약속할게”라는 말도 조심해야 한다. 아이가 거짓말하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거짓말이 왜 나쁘고, 왜 하면 안 되는지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그런 내용보다는 아이를 혼내느냐 혼내지 않느냐가 중심이 되어 있다. 이 말을 자주 쓰면, 아이는 어떤 잘못을 했을 때 항상 “엄마, 나 안 혼낼 거지? 혼내지 않으면 말할게”라며 먼저 거래하려고 들 수도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의지는 뒷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부모가 이런 태도를 계속 보이면 아이는 편안하게 잘못을 털어놓는 경험을 할 수 없게 된다. 자기 나름의 고민과 반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 아이가 성장하는 데 거름이 되는 중요한 과정이자 기회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먼저 생각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네가 엄마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거짓말한다든가, 엄마가 혼내지 않겠다고 해야 사실대로 말하는 건 옳지 않아. 이건 엄마한테 혼나고 안 혼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거짓말을 자꾸 하게 되면 나중에 그 거짓말로 고생하게 되기 때문이야. 거짓말은 언젠가는 꼭 탄로 나거든. 그러기보다는 미리 엄마에게 이야기하고 상의해 보는 게 낫지.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하면서 아이가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거짓말한 것을 들켜서 아이가 몹시 불안해하고 긴장한 경우에는 “사실대로 말하면 혼내지 않을게”라고 말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아이의 불안감과 긴장을 덜어 주고 편안하게 해주어 진실을 말하도록 유도하는 정도이지, 부모와 거래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넌 거짓말쟁이야!”라고 말하는 것도 좋지 않다. 거짓말한 것은 잘못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부모에게 이 말을 듣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나를 낳아준 부모도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하는데 세상에 누가 나를 믿어 주겠어’라고 생각하는 아이가 의외로 많다. 아이는 부모가 바라고 보는 대로 자란다. “넌 정말 크게 될 아이야”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는 정말로 크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반대로 부정적인 메시지를 듣고 자란 아이는 그만큼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어릴 때 거짓말 한 번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아이를 보자. 아이를 꾸짖고 궁지로 몰기보다는 정직한 것이 가장 좋은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이렇게 하면 거짓말까지 하면서 핑계 대지 않아도 될 거야’라는 식의 해결 방법 위주로 지도하자. 아이는 자신이 한 거짓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고, 부모는 부모대로 앞으로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