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사도광산 강제 노역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제1회 사도광산 추도식이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일본 쪽 관계자들만 참석한 채 반쪽 행사로 진행됐다. 한국 정부 관계자와 유가족도 추도식 참석을 위해 23일 일본 현지에 도착했으나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차관급 인사가 2022년 8월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인물로 뒤늦게 알려지자 불참을 결정했다. 한국 관계자들은 25일 사도광산 인근의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별도의 추도식을 열 예정이다.
이번 추도식은 일본 정부가 올 7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약 1500명으로 추산되는 한국인 노동자 강제 동원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물을 설치하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피해자 추도식을 매년 열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등재 결정 직후 공개된 관련 전시물에 ‘강제 동원’이라는 표현을 빠뜨린 데 이어 피해자들을 추도하는 행사에 첫 회부터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인사를 참석시켰다. 강제노역의 피해국인 한국은 물론 두 가지 핵심 조치 이행을 조건으로 등재를 결정한 국제기구 유네스코를 우롱하는 처사다.
일본 탓만 할 일도 아니다. 원래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올 6월 ‘강제노역사까지 반영하라’며 등재 보류를 권고하면서 21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중 하나인 한국이 반대하면 등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부는 자문기구의 권고 사항 이행을 위한 명확한 조치를 담보 받지 못한 채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가 ‘강제 노역’이 빠진 전시물로 한 번, 강제 노역자에 대한 추모와 사죄는커녕 세계유산 등재를 자축하는 행사가 돼 버린 추도식으로 두 번 뒤통수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