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21일 열린 무장장비 전시회 ‘국방발전 2024’ 개막식에서 앞으로 마주하게 될 안보 위협들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는 능력과 안전 담보를 확고히 가지고 있음을 확신한다”며 국방력을 과시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1일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노선)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협상) 결과에 확신한 건 초대국(미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침략적·적대적 대조선(대북) 정책”이라고 밝혔다. 겉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북-미 협상의 ‘노 딜’ 경험을 거론하며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강 대 강’ 대결을 펼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트럼프와의 협상, 공존 의지를 직접 상기함으로써 ‘재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을 전후해 잇따른 도발을 통해 긴장 수위를 높이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몸값 올리기 수법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서는 9월 핵무기 생산의 핵심 시설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처음 공개했고, 대선 닷새 전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최근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한 것도 러시아의 핵 기술 이전뿐 아니라 트럼프 시대의 변화된 안보 환경에 맞춰 미국과 큰 거래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이 당선되자 5개월 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30여 년간 미 대선 때마다 상습적으로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자극해 왔다. 트럼프 1기 때도 당선 이듬해인 2017년 6차 핵실험과 ICBM 도발을 강행했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북-미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었고 2018년과 2019년에 성사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핵무기를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앨릭스 웡을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지명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미 간 직거래가 성사된다면 한국이 소외되면서 안보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중시해온 윤석열 정부는 북-미 간 물밑 움직임을 주시하며 ‘한국 패싱’ 가능성을 최대한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