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찬 한국투자신탁운용 기업분석부 부서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2년 안에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운용역인 곽찬 한국투자신탁운용 기업분석부 부서장은 25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필수 메모리 반도체인 HBM 업황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2020년 국회 예산처 반도체 분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곽 부서장은 IT 분야에서만 약 14년의 경력을 쌓은 테크 전문 운용역이다.
곽찬 한국투자신탁운용 기업분석부 부서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그는 특히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경쟁’에 뛰어든 빅테크 기업들이 AI 수익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곽 부서장은 “지금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투자를 쏟아 붓고 있어서 반도체 장비 수요도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이게 실제 어떤 사업 모델로 이어질지는 모른다”며 “정작 빅테크 기업들이 돈을 벌어주지 못하면 GPU 주문과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HBM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고객사들의 구매 저항 심리가 강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재 GPU 제조는 엔비디아가, GPU에 들어가는 HBM 공급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구조이다 보니 AI 반도체 제품의 구매 단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 곽 부서장은 “(구매사들 사이에서)성능이 가장 좋은 최신 버전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가성비가 좋은 상품으로 대체하려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고 했다.
결국 단가를 낮추기 위해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독점 체제를 깨뜨리려 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했다. 곽 부서장은 “향후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납품업체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엔비디아 스스로는 독점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HBM 공급사들을 경쟁에 붙여 단가를 떨어뜨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