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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디지털 세상과 정보]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해야 할까

입력 | 2024-11-25 11:32:00

학습 목적으로 사용 땐 성취도 향상
여가 목적으로 쓰면 학업 능률 저하
정부, 교내 사용 제한 법안 움직임
스스로 사용 습관 조절할 줄 알아야



국회에선 올해 8월 교내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만은 2015년부터 2세 이하 영유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18세 이하 청소년에게도 장시간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15세 이하 학생들의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친구와의 소통은 물론이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접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때로는 학습도구로 활용되기도 하죠. 하지만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과몰입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학교 내에선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 디지털 기기 사용과 학업성취도 간 상관관계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의 사용과 학업 성취도 간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먼저 학교에서 학습 목적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하루 1∼5시간 적절히 사용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좋은 학업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범위를 넘어설 때 발생합니다. 여가 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하루 1시간 이상 사용하는 학생의 경우 학업 성과가 저하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하루 5시간 이상 여가 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 학생의 경우 학업 성취도가 크게 저하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디지털 기기를 장시간 여가 목적으로 사용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수학 시험에서 49점 낮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약 9개월의 학습 격차에 해당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단지 성적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은 주의력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학생 중 65%가 ‘수학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답했습니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주의가 산만해진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시험에서 평균 15점 낮은 점수를 기록했고, 이는 학업 능률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학습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죠.

문제는 단지 학업 성취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청소년의 정서적, 사회적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OECD의 조사에서 응답 학생의 45%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이란 디지털 기기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청소년들에게 필수품이 됐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대면 상호작용이 줄면서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친구들과의 대면 소통보다 온라인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사용을 완전히 차단해야 할까요. 이는 쉽지도 않을뿐더러 또래와의 소통이 어려워지는 등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결국 디지털 기기의 적절한 활용이 답입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기를 여가 목적으로 하루 1시간의 시간 제한을 둬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한 학생들은 시간 제한을 두지 않은 학생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았습니다. 특히 학습 목적으로 주말에 하루 3시간까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 학생들은 더 나은 학습 성과와 학교에 대한 높은 소속감을 보였습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적절한 규제와 활용법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뜨거운 감자인 ‘디지털 쉼표’ 법안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여부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최근 추진되는 ‘디지털 쉼표’ 법안은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려는 목적이죠.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학교 내 학생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인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고, 정부도 이에 공감하며 관련 법안 처리를 준비 중입니다. 학생들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라고 정부에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이 모두에게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금지 정책이 도입된 학교에서도 학생 29%가 매일 여러 차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생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현명하게 조절할 필요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청소년의 경우 올바른 사용 습관을 정립하면서, 디지털 기기를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습 목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을 늘리고, 여가 활동으로 사용하더라도 시간을 정해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또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독서, 운동, 창의적 활동 등 대안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스마트폰은 청소년에게 밝은 등불이 될 수도, 짙은 그림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스스로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학업과 삶의 조화를 이루는 지혜로운 사용자가 되어보길 권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스마트폰을 올바른 도구로 삼아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왕렬 선린인터넷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