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외교 참사] 징용해법 등 日조치 기대 못미쳐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 없어” 지적 긍정평가 받던 관계개선에 찬물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 및 참석자들이 추모 묵념을 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 관계자 및 유가족의 자리가 비어 있다. 2024.11.24/뉴스1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전제로 약속한 사도광산 추도식이 우리 정부 및 유족 참여 없이 ‘반쪽짜리’ 행사로 파행되면서 정부 안팎에선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의 변화 없이 일본 정부의 선의에 기대 대일(對日) 외교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강제징용 해법부터 사도광산 등재까지 민감한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매번 한 발짝 양보하며 먼저 조치를 취한 뒤 일본의 화답을 기대했지만 일본의 후속 조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정책 가운데 한미, 한일 관계 정상화가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그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인 건 강제징용 문제다. 정부는 일본 전범기업 대신 우리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 당초 재단은 한일 기업의 기부금으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는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일본 전범기업들이 전혀 호응하지 않으면서 기금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제3자 변제 해법 발표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물컵을 채우려는 일본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
강창일 전 주일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와의 신뢰 관계를 거론한 것 외엔 실질적으로 현 정부가 일본에서 얻어낸 건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고베 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은 한국의 문제 제기에 대응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왔고 아베 정권 이후 자민당 내에 이런 기조가 굳어져 한국 정부에 대한 양보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