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에 반대 입장 “기업 경영-자본시장 부작용 우려 투자자 보호, 자본시장법 개정 충분”
김병환 금융위원장(사진)이 최근 야당에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회사 경영과 자본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24일 한 방송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업 지배구조가 좀 더 투명하게 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상법 개정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이나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상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법 개정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 위원장은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까지 포함하면 의사결정이 굉장히 지연될 수 있다”며 “소송도 많이 일어날 거라는 걱정이 있고, 이를 빌미로 외국의 투기 자본들이 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생기면 기업 가치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투기 자본들이 들어왔다가 단기적으로 이익을 빼먹고 나가는 과정에서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더 크지 않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조만간 구체적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21일 주요 16개 그룹 사장단이 긴급 성명을 냈고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입장 선회를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은 “맞춤식 개정이 필요하다”며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개정하고 개선하는 게 상법의 부작용을 피해 가면서도 투자자 보호 등 실효적인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