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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개 대학 교수들 시국선언 “尹 국정수행 위기, 민주주의 악영향”

입력 | 2024-11-25 03:00:00

31개 선언문서 ‘尹대통령’ 517회
金여사 둘러싼 의혹도 30회 언급
경제위기-의료대란 등도 지적
교수들 “미래 고민-부끄러움 담아”



19일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앞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북대 교수·연구자’가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뉴스1


최근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는 교수 시국선언문이 잇달아 발표됐다. 지난달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24일 현재까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등 67개 대학 교수들이 31개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주로 언급했다.

● 선언문 31개 분석… 국정, 민주주의 등 키워드 많아

2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시국선언문 31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517회), ‘국정’(98회), ‘위기’(81회), ‘민주주의’(72회) 등의 순이었다. ‘김건희 여사’도 70회 언급됐다. ‘검찰’(53회), ‘개입’(48회) 등의 키워드도 자주 나왔다. 주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위기에 도달했고,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 많았다. 디올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도 시국선언문에 담겼다.

사안별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을 다룬 대목이 31회로 가장 많았다. 채모 상병 수사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논란 등이 언급됐고 최근 국민의힘 공천 개입 문제도 언급됐다. 국민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국정 농단 문제는 대통령의 배우자나 정치 브로커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 본인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 다음에는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30회 언급됐다. 주가 조작 사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의 관련 이슈에 정부가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전남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자신(윤 대통령)과 부인 등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공정과 상식을 팽개치고 있으며, 정치 검찰을 앞세워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외교 안보 문제는 27회, 경제 위기와 민생고는 17회 언급됐다. 한양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장기 침체임에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상태”라며 “서민을 위한 복지 예산은 대폭 축소해 대한민국을 ‘부자천국 서민지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에서 시작된 의대 증원과 의료 대란을 언급한 대목도 16회 등장했다. 중앙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국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참여 교수들 “한국 사회 고민 담아”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로 시작되는 경희대·경희사이버대 시국선언문 작성자 중 한 명인 장문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단순히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미래 한국 대학,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며 “지금 상황에서 교수와 연구자들이 느끼는 부끄러움과 자기반성을 담았다”고 밝혔다. 장 교수가 쓴 시국선언문에는 핼러윈 참사를 거치며 교수들이 겪었던 경험도 담겼다. 시국선언문 중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대목은 참사 현장에 있었을지 모를 제자에 대한 염려와 참사 이후 강의실의 혼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국선언문 참여 교수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을 거부하기도 했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한 뒤 동료 교수들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훈장을)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