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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한 고비 넘긴 이재명, 일극체제 강화-먹사니즘 행보 나설듯

입력 | 2024-11-25 17:0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무죄 선고를 받은 25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서 윤종군, 김민석, 한민수 의원이 대화를 나누던 중 윤 의원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24.11.25/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지 열흘 만인 25일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사법리스크 한 고비를 넘긴 이 대표는 ‘먹사니즘’ 행보를 통해 국면을 전환하는 한편 당의 외연을 넓히고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기국회 내 통과를 약속했던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계 반발이 여전히 거센 상황에서 이 대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배임죄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절충점을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유연한 리더’로서의 모습을 강조한다는 취지다. 이밖에 가상자산 과세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등 경제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우클릭’ 행보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이재명 일극체제’는 당분간 공고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1일 5선의 안규백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당 대표 특보단을 꾸린 이 대표는 연말 당직 개편을 추진해 당내 구심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직선거법 1심에서 받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10년 간 피선거권도 박탈되는 만큼 여전히 남은 사법리스크에 완전히 긴장을 풀긴 어려울 전망이다.

● 한숨 돌린 李, 민생 행보 박차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보다 위증교사 재판이 더 어려울 것으로 봤는데 무죄가 나오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일부 털어냈다”며 “이제는 민생과 안보, 외교 등 대권 주자로서의 면모가 부각되는 분야의 정책들에 더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움직임과 함께 이 대표의 리더십을 부각하는 흐름도 함께 갈 것”이라며 “리더십 공백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정권 퇴진 움직임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6일 자신이 공동 의장을 맡은 민생연석회의의 발대식을 열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분과별 의제를 점검하는 등 민생 행보를 이어간다. 27일엔 ‘고교 무상 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과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하는 ‘미래거버넌스위원회’ 출범식에도 방문하며 당분간 연일 민생 관련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기업의 반발에 타협하고 절충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집중투표제나 배임죄 등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판 전날 밤에도 “한국경제와 국장 살리기를 위한, 상법개정 끝장토론을 제안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개미투자자는 (상법 개정에) 대찬성이지만 한국경제인연합회등 경영자 측은 적극 반대한다. 토론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엔 당내 금기로 꼽혀 왔던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 의원은 “민생이 워낙 어렵다 보니 성장에 필요한 사안들은 적극적으로 살피고 실행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 내부적으론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극 체제가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단일대오를 굳건히 하기 위해 연말이나 연초 당직 개편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발맞추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직이 개편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선거법 유죄’ 사법리스크 여전

다만 지난 15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최종심 확정 시 10년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에 대해서도 이날 즉각 항소 계획을 밝힌 만큼 1심 판단을 대법원까지 유지하기 위한 법리적 다툼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이날 “이제 두 번째 (이 대표 관련) 재판의 1심이 끝났을 뿐이다.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사건도 있고 며칠 전에야 추가 기소된 사건도 있으며 계속해서 수사 중인 사건들도 있다”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 관련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