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근 여야 모두 ‘배신의 정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여당에서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당정 및 친윤-친한의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한동훈 대표도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일단 용산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으나 이번에는 친윤이 당원 게시판 대통령 비방 글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야당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형 선고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친명이 잠재적 경쟁자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움직이면 죽인다” 발언까지 나왔다.
‘배신의 정치’가 나타나는 이유는 ‘연계에 의한 유죄(guilty by association)’ 우려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가 잘나갈 때는 모두가 그와의 ‘연계’를 내세우나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연계에 의한 유죄’가 성립되어 정치적 타격을 입을까 선 긋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정치에서 이런 ‘디커플링’이 가능할까. 데이터로 보면 결론은 ‘글쎄올시다’이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월별로 취합하여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이동평균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평균 약 0.59 수준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즉,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확실하게 함께 움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로 차기 대선 출마 여부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서도 단일대오 기조가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의 차기 정치 지도자 11월 지지율도 2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물론 징역형 선고 등의 영향이 모두 반영된 것이라 보긴 어렵다. 민주당 지지율도 월간 지지율 기준으로는 이번 정부 들어 네 번째 35%를 찍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전체 재임 기간 동안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0.40 정도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탄핵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6년 7월 이후에는 0.60 정도로 상승했다. ‘태블릿PC’ 논란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급락하면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에게는 “탄핵보단 퇴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자유투표”에 맡기며 박 전 대통령과 확실한 선 긋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지지율 동반 추락을 피할 순 없었다. 이후 현 국민의힘은 3년 사이 정당명을 세 번이나 바꾸며 계속 박 전 대통령과의 ‘연계’를 부정했지만 2021년 7월 윤 대통령 입당 때까지 무려 245주 연속 민주당 지지율에 뒤졌다. 흥미로운 점은 탄핵 정국 대선이었음에도 문 전 대통령 득표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는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새누리당이 민주당이었다면 보수 후보 단일화가 가능했을지도 모르고 대선 결과도 예측불허이지 않았을까.
지도자에게 위기 상황이 오면 누구나 ‘연계’를 부정하고픈 유혹에 빠진다. 반면 지도자는 ‘충성파’ 가려내기에 몰입하기 쉽다. 데이터로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여론의 시각에서 정치 지도자와 정당의 ‘디커플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