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문화부 차장
직장 내 따돌림 피해 증언을 위해 국회를 찾아 눈물까지 보였던 지난달 뉴진스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이 허무한 결론을 맞이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양측이 대등한 지위에서 의무를 이행하는 ‘계약 관계’에 가깝다는 게 이유였다.
하니의 국감 출석은 당시부터 논란이었다. 다른 레이블의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말했다는 의혹이 국감에서 다룰 만한 사안인지 이견이 많았고, 아이돌이 법상 근로자인지도 불분명했다. 사실 따돌림 피해 자체보다는 그 이면에 놓인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 사이의 치열한 갈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양측의 갈등은 올해 4월경 하이브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뉴진스를 성공시킨 민 전 대표를 고발하고, 민 전 대표가 모함이라며 항명 기자회견을 연 이후 반년에 걸쳐 계속 격화됐다. 하이브는 6월 민 전 대표 측 어도어 사내이사를, 8월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뉴진스는 이 무렵부터 직접 목소리를 내며 민 전 대표 측에 섰다. 9월 라이브 방송을 열고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고 하이브에 최후통첩을 했다. 하이브가 그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았기 때문에,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위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봤다. 문제는 위약금이었다.
실제로 뉴진스는 이달 13일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2주 시한의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시정 요구 사항 중 하나로 국감에서 논의된 ‘무시해’ 사건의 사과를 넣었다. 민 전 대표도 20일 어도어를 퇴사하고 풋옵션 권리 행사를 놓고 소송을 시작했다.
하이브-뉴진스 사태의 이런 분쟁 양상에다 고용부의 결론까지 더해놓고 보면, 지난달 하니의 국감장 출석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다시 의문스러워진다. 별다른 소득도 없을 뿐 아니라 향후 법정에서 이뤄져야 할 양측 대리전을 국감장에서 펼치도록 국회의원들이 판을 깔아준 데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무명 연예인, 연습생의 피해 사례를 환기했다고 아전인수격 자평을 하지만, 하니가 그런 사례의 대표성을 띤다고 보기도 어렵다. 계약 해지와 소송이 얽힌 첨예한 법정 이슈를 국감 의제로 올린 것 자체가 아이돌의 화제성에 기대 국민의 시선 끌기에 급급한 국회의원들의 무리수는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