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석은현 맞벌이 부부
사진 김도균
‘두통약 없인 아들 셋을 키울 수 없다’는 말이 있어요. 체감하시나요.
“첫째 해성이는 초등학교 4학년, 둘째 해원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에너지가 넘치는 개구쟁이들이죠. 막내 해건이는 생후 15개월로 아직은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해요. 남자아이 3명을 키우는 건 상상 그 이상입니다(하하). 가장 힘든 건 활동량이에요. 잠들기 전까지 지치지 않거든요(웃음). 뛰어다니는 건 기본이고 소파, 탁자 등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일쑤죠. 두통약까진 아니지만 하루에 몇 번씩 큰소리가 나는 건 사실이에요.”
맞벌이하며 아이들 키우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남편은 사회복지사, 저는 방과후 미술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직업 특성상 오전 시간은 자유롭지만,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돌아오는 오후 4∼5시경에는 집을 비울 수밖에 없어요. 또 막내 해건이는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아요. 때문에 제가 직장에 있는 동안 아이들을 케어해줄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죠. 사정상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하게 됐어요. 아이 돌보미 배정을 기다리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오전 10시쯤 오세요. 그때까지 저는 큰아이와 둘째를 등교시키고 밀린 집안일을 하죠. 선생님이 와서 막내 해건이를 돌봐주시면 저는 수업 준비를 한 뒤 낮 12시쯤 출근해요. 퇴근은 보통 오후 5시쯤 하는데, 그동안 선생님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 먹이고 학원 등·하원을 도와주세요. 아이들 저녁까지 챙겨주신 뒤 보통 오후 8시쯤 퇴근해요.”
남자아이를 기피하는 아이 돌보미가 많다고 들었어요.
“사실 저희도 서비스를 신청할 때 조금 걱정이 됐어요. 여자아이에 비해 남자아이를 돌보는 일이 체력적으로 더 힘든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성별보다는 아이들 각각의 성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아이마다 좋고 싫음과 원하는 것 등이 다르니 그 부분을 제각각 맞추는 것이 힘들다고요. 선생님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전문적이고 책임감이 강하셨어요. 상황에 맞는 케어 방법, 돌발 상황 시 대처법 등도 잘 알고 계셨죠. 이런 모습을 보며 ‘괜히 걱정했구나’ 싶었어요.”
처음에는 손발을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특히 저희는 다자녀이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챙겨야 할 것도,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도 많아요. 좀 더 효율적으로 손발을 맞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일지를 만들었어요. 매일 노트에 아이들별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두는 거죠. 등·하원 시간부터 오늘 신경 써줬으면 하는 부분, 아이의 기분까지 상세하게 적어놓아요. 선생님께서는 체크리스트를 참고하며 아이를 케어해주시고요. 또 아이가 특이 행동을 보이면 일지에 적어두세요. 만약 말로 이야기했으면 놓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글로 꼼꼼하게 정리해서 공유하니까 인수인계도 잘되고 서로 오해할 만한 일도 안 생기는 것 같아요.”
선생님 한 분이 3명의 아이를 함께 돌보면 주의력이 분산되지 않나요.
“가장 걱정되는 건 안전이에요. 초등학생 두 아들은 한창 활동량이 많은 시기라 위험한 행동을 하면 즉각 제지해야 해요. 그러려면 아이들을 계속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죠. 물론 선생님께서 각별하게 신경을 써주시지만 가끔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선생님 혼자서 아이 3명을 돌보는 게 쉽진 않죠. 그런 모습을 보며 선생님, 아이들 모두를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생님 한 분을 더 요청했고 1년 정도가 지났는데, 배정받기가 쉽지 않네요.”
‘아이 돌보미=육아 동반자’라는 인식 필요
가족이자 친한 친구 사이인 3형제 해원, 해건, 해성(왼쪽부터). 사진 김도균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다는 거죠.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저희 집에 와주시면서 수많은 상황을 겪으셨는데 그때마다 잘 대처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 일어날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해주실 거란 믿음이 있죠.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는 일과 육아로 전전긍긍했다면 지금은 뭐든지 좀 더 수월하게 해나가는 것 같아요. 마음이 편해지니까 가족들에게도 더욱 다정해졌고요. 또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춘 식사 교육이나 놀이 등을 제공해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해요.”
아이돌보미 이용에 힘든 점은 없나요.
“현재 서울시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 연간 이용 시간은 960시간이에요. 이 시간을 초과하면 자부담해야 하죠. 저희는 하루에 보통 9∼10시간 정도를 사용해서 최대 약 105일을 확보할 수 있어요. 선생님의 절대적인 양육 시간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에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초과 금액을 충당하기엔 경제적 부담이 크고요. 정부 지원 시간을 대폭 늘려줬으면 좋겠어요.”
“사전에 부모와 선생님이 함께 교육받을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보통은 배치된 날 집에서 선생님을 처음 봬요. 그리고 선생님은 그날 바로 일을 시작하죠. 처음 만나 어색한 상태에서 아무런 정보 교환도 없이 아이들을 맡기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요. 따라서 선생님 배치가 확정되면 먼저 부모와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함께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한 교육도 받고, 아이들과 가정에 대한 정보와 주의 사항 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수로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가정에선 아이 돌보미 선생님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까요.
“‘함께’ 아이를 돌본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선생님을 단지 아이 봐주러 온 사람이 아닌, 부모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같이 육아하는 ‘동반자’로 생각하는 거죠. 어느 맘 카페에서 선생님과는 절대 같이 식사하지 않고 밥도 식판에 따로 담아 준다는 글을 봤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선생님도 엄연히 누군가의 엄마, 아내이자 사회인이잖아요. 가정과 사회에서 존중받는 분인데 그러면 안 되죠. 이런 환경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좀 더 우리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길 원한다면, 가족 모두가 ‘선생님은 우리 가정의 행복을 위한 중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해요.”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계획하는 부부에게 아이 양육 팁을 준다면요.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이돌봄 서비스를 무조건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가족에게 양육을 부탁하는 것보다 아이돌봄 서비스가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부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시면 미안한 마음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이 돌보미가 우리 집에 찾아오는 목적은 ‘아이 양육’인 만큼 감정적으로 크게 신경 쓸 부분도 없고,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바로 개선해주셔서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아이돌봄 서비스는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에요.”
정세영 기자 sy282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