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마라톤모임 회원들이 한 마스터스 마라톤 대회에서 페이스메이커 봉사자로 나서 달리고 있다. 광화문마라톤모임 제공
광화문마라톤모임(광마모)에서 올해로 20년째 페이스메이커 및 레이스페트롤(안전요원) 봉사하는 이명우 씨는 이렇게 말한다. 마스터스 마라톤 대회마다 목표 시간이 적힌 풍선을 달로 초보 러너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페이스메이커는 대부분 광마모 회원이다. 2002년 광마모 1기 39명이 페이스메이커와 레이스페트롤 봉사에 나서기 전까지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은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사실상 혼자 달려야 했다. 광마모가 페이스메이커로 나서면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시간대로 달릴 수 있게 돼 과거보다 수월하게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가 페이스메이커로 봉사하는 광마모 회원을 보고 4기 회원이 됐다. 올해 22기까지 광마모에서는 현재 회원 3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요청이 오면 페이스메이커와 레이스페트롤 봉사에 나선다.
광화문마라톤모임 회원들이 마라톤 대회 전 서울광장에 모여 찍은 기념사진. 페이스메이커들은 다양한 목표 완주시간이 적힌 노란풍선을 달고 뛰고, 안전을 돕는 레이스패트롤은 빨간 풍선을 달고 뛴다. 광화문마라톤모임 제공
원한다고 누구나 광마모 회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탄탄한 스펙은 물론 인턴 기간까지 거치는 엄격한 ‘검증 시스템’을 통과해야 한다. 광마모는 지원자들의 풀코스 완주 기록 및 완주 횟수, 심폐소생술 처지 가능 여부 등 페이스메이커 및 레이스 패트롤로서 필요한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 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들은 ‘인턴’ 자격으로 기존 회원들과 3개월간 동반주를 하며 페이스메이킹과 레이스패트롤을 하는 법을 배운다. 5회 이상 동반주를 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거쳐야 정식 회원이 돼 마라톤 대회에서 페이스메이커와 레이스페트롤로 활동할 수 있다.
2013년 광화문마라톤모임 회원들이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달린 뒤 포즈를 취했다. 동아일보 DB.
1999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 ‘네티즌마라톤 광화문 모임’으로 시작한 광마모의 모토는 참여와 봉사다. 일반 동호회가 훈련과 친목 도모가 목표인 것과 다르다. 광마모는 봉사가 첫 번째였다. 마라톤 대회에서 페이스메이커와 레이스패트롤로 나서는 것 외에도 이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함께한다. 달리기가 좋다는 공통분모로 모인 이들은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고교 육상 꿈나무 3~5명에게 월 2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광마모는 과거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마라톤을 직접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2005년 중학생 시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광마모 회원들에게 달리기를 배운 발달장애인 전병혁 씨(33)는 2017년부터는 광마모의 회원이 돼 직접 페이스메이커로 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전 씨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개최한 국제평화마라톤에 3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로 나서 3시간 49분에 풀코스를 완주한 뒤 “미션을 완수했다”며 기뻐했다.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전병혁 씨(앞)가 2013년 광화문마라톤모임 훈련에서 달리는 모습. 동아일보 DB.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