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 담배사업법 개정안 논의 지지부진 현행법, 담배 아닌 ‘유사담배’ 분류… 청소년 사이 ‘입문용 담배’ 확산 니코틴 농도 조절 가능해 더 위험 해외 34개국, 전자담배 판매 금지… 국내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계류 중
“담배 냄새가 덜 나니 여학생들이 전자담배를 많이 피워요.”
경기 성남시의 중학교 3학년생 박모 양(15)은 올해 초 친구를 따라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평소 담배 냄새를 싫어했던 박 양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향이 좋아서 흡연한다는 죄책감이 덜 든다. 부모님도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성인과 청소년 흡연율은 감소 추세지만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현행법상 담배가 아닌 ‘유사 담배’로 분류돼 규제가 거의 없는 데다, 과일 향 등을 넣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이용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 규제 사각지대 ‘합성 니코틴’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연초의 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에서 원료를 추출하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다 보니 온라인이나 자판기 판매도 가능하고 광고 및 판촉 규제도 없다. 담뱃갑 경고 그림과 문구 표시 대상도 아니다.
● 미국 등 121개국은 합성 니코틴 규제
21세 미만에게는 합성 니코틴 제품 판매가 금지됐고,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식으로 마케팅할 수도 없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34개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아예 금지하고 있고 121개국은 광고와 판촉 마케팅 금지 및 세금 부과 등 관련 규제를 시행 중이다.
의료계에선 ‘액상형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는 담배업계의 주장을 두고 “검증되지 않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유럽호흡기학회는 “어떤 전자담배도 금연에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평가할 수 없으며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담배는 중독과 발암 위험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도를 임의로 바꿀 수 있어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더 해로울 수도 있다. 실제로 시중 전자담배 판매점에선 구매자 요청에 따라 니코틴 첨가제를 더 넣은 고농도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엔 ‘무니코틴’을 내세우며 “덜 해롭다”고 광고하는 전자담배도 나타났다. 백 교수는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라고 지적했다.
● “낡은 담배 규제 서둘러 개정해야”
국내에서도 국회에 담배의 정의를 연초 전체와 합성 니코틴 등으로 확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10건이나 계류 중이다. 그러나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유해성 검증 없이 담배로 규제해선 안 된다는 업계의 반대 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합성 니코틴 규제가 주춤한 사이 업계에선 다양한 담배 제품을 개발해 청소년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