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 22일 막 올라 ‘코미디 가족극’ 같은 뮤지컬… 밝고 순수한 전개에 관객들 미소 지니역 정성화, 유쾌한 쇼맨 눈길… 김준수, 격렬한 안무-고음역대 소화 이성경은 무대 연기 신고식 치러… 황금 동굴속 14명 탭댄스 군무 백미
뮤지컬 ‘알라딘’의 주인공 지니(가운데 왼쪽)와 알라딘이 황금 동굴에서 처음 만나 대표 넘버 ‘나 같은 친구’를 부르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화려하게 수놓인 태피스트리 장막이 걷히자 신비로운 아그라바 왕국이 관객 눈앞에 펼쳐졌다. 램프의 요정 지니는 자홍색, 터키옥 색 등의 아랍풍 의상을 입은 출연진과 넘버 ‘아라비안 나이츠(Arabian Nights)’를 부르면서 150분간 펼쳐질 오색찬란한 밤을 열어젖혔다.
22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이 국내 초연됐다. 2014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관객 2000만 명을 모은 대작으로, 1992년 개봉한 동명 애니메이션에 기반했다. 뮤지컬 ‘라이온 킹’ ‘오페라의 유령’ 등 국내 공연을 만든 공연제작사 에스앤코가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과 손잡고 제작했다.
애니메이션이 ‘로맨틱 동화’라면 뮤지컬은 ‘코미디 가족극’에 가깝다. 장르물 위주인 국내 뮤지컬계에서 손꼽게 밝고 순수한 전개가 관객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한국 문화와 유머 코드에 맞춰 재치 있게 번안한 대사의 공이 크다. “너 이 램프에서 나왔어? 아니, 잠실역 3번 출구” “속이 더부룩해서 까스활명수 마시고 라면에 밥 말았어” 등이 대표적이다. 간판 넘버 ‘새로운 세상(A Whole New World)’의 가사는 “별을 넘어, 새로운 세상이 보여”로 개작돼 더빙 원작에 비해 작품 메시지가 잘 드러났다.
지니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알라딘’의 알라딘 역 김준수. 에스앤코 제공
눈앞에서 휘황찬란하게 펼쳐지는 황금 동굴 장면은 공연의 백미다. 지니, 알라딘을 포함한 출연진 14명이 이곳에서 대표곡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에 맞춰 추는 탭댄스 군무가 볼거리. 원작에서는 2∼3분 길이인 노래는 약 8분 길이의 스윙 재즈풍 음악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한다. 작품에는 모로코 등 9개국에서 공수한 원단 2000여 개와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사용돼 관객 눈을 자극했다.
다만 일부 하이라이트 장면을 제외하면 최고 19만 원인 티켓값에 비해 무대가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황금 동굴을 지키는 괴물은 다소 허술한 영상 투사로 처리됐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밤하늘을 날아오르는 장면 역시 무대 기술이 고도화한 오늘날 화려함과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줬다. 내년 6월 22일까지 공연되며 7월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