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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가족작성 여부 언급없이 “게시판 문제 제기자들 明과 관련”

입력 | 2024-11-26 03:00:00

‘여론조사 경선 개선 TF’ 띄우며 당원 게시판 수세국면 판 뒤집기
친윤 “明 앞세워 게시판 논란 물타기”… 당내 “계파 갈등 더 커질 것” 우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윤(친윤석열)계 김민전 최고위원(왼쪽)과 마주 보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김 최고위원이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한 대표를 향해 논란 해명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친윤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지도부 사이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졌다. 채널A 화면 캡처


“최근 (당원게시판)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명태균 리스트에 관련됐거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과 관련한) 김대남 건에 언급된 사람들로, 자기들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어떻게든 당 대표인 저를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라고 규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을 고리로 의도적으로 당 대표를 흔드는 세력이 명태균 리스트 관련 인사들이라고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한 대표는 특히 이날 ‘여론조사 경선 개선 TF(태스크포스)’를 띄우며 그동안 자신을 비판하던 세력에 맞대응할 것임을 처음 예고했다. 2021년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 지방선거 등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 개입 의혹이 있는 명태균 씨 논란을 정조준해 관련된 인사들을 당 차원에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이고 친윤(친윤석열)계 인사,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 주요 인사 상당수가 명 씨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제2의 명태균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태를 청산해야 쇄신할 수 있다. 한 대표가 25일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날에 TF를 띄운 이유”라고 말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 국면에서 수세에 놓인 한 대표가 ‘명태균 구태 청산’ 카드로 판 뒤집기에 나선 것이지만 당 내부에선 “계파 갈등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韓, 명태균 논란 겨냥 여론조사개선TF 띄워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 경선 개선 TF를 만들겠다”며 “명 씨 사안에서 그 문제점과 취약점이 많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특히 “지금까지 문제 되고 있는 과거 우리 당 경선에서의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올렸다는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저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은 총선 때부터 있었다”며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무리한 공격과 협잡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김옥균 프로젝트 얘기도 나왔는데 특정 세력이 주도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이날 친윤계가 한 대표의 조기 낙마를 모의한다는 내용의 일명 ‘김옥균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도 “문제없는 게시글을 누가 게시했는지 밝히라는 요구에 응하는 게 공당으로서 기본 원칙을 해하는 것”이라며 “저 정도 글도 못 쓰나. 왕조 시대인가”라며 가족이 글을 올렸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한 대표가 가족 여부를 밝히라는 공세를 비판하는 동시에 여론조사개선TF를 꺼내든 건 친윤계 등이 자신을 압박하는 당내 국면을 뒤집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대표를 죽이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이라며 “배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한계 핵심 인사는 “TF는 구태 청산의 예비 작업”이라며 “지금 당내 유력 정치인 중 한 대표 말고 명 씨 논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 한 대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친윤 “명태균으로 논란 물타기”

한 대표의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에 친윤 및 비한(비한동훈) 진영은 “명태균 논란으로 당원게시판 논란을 물타기 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명 씨하고 당원게시판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출신의 다른 의원도 “당원게시판 논란은 당원들이 혼란스러워하니깐 조속히 정리해 달라는 건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전제로 내년도 특별감찰관실 예산 확보를 당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생경제특별위원회 구성 안건도 공식 의결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