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회의에 177개국 대표단 참석 플라스틱 생산-소비-재활용 논의 EU-阿 “원료도” vs 中-산유국 “반대” 감축목표 등은 추가협상 관측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5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인근에 설치된 깃발을 배경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린피스 측은 이날 건물 10층 높이 크레인에 대형 눈동자를 담은 가로 30m, 세로 24m 크기의 깃발을 설치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를 전 세계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부산=뉴시스
“지금 플라스틱 제품을 줄이자(Cut plastic products now)!”
25일 오전 8시 반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인근.
대형 크레인에 매달린 가로 30m, 세로 24m 초대형 깃발이 흔들리자 각국에서 온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 20여 명이 영어로 이같이 외쳤다. 깃발에는 커다란 눈동자가 그려져 있었는데 전 세계 190여 개국 6472명의 시민 상반신을 조합해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를 전 세계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각국은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각국의 입장 차로 올해 4월까지 열린 4차례 회의에서 결론을 못 내고 이날부터 부산에서 마지막 협상을 시작했다. 타결될 경우 1992년 유엔기후협약 이후 최대 국제 환경협약이 될 수 있어 177개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00여 명이 회의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하지만 자연 분해까지 최대 500년이 걸려 환경 오염의 주범이란 지적을 받는다. 연간 4억 t 이상 생산되지만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다. 특히 바다에 흘러가 태평양에만 한국 면적 15배의 ‘쓰레기 섬’이 생겼고 이는 다시 해양 생태계 피라미드에 따라 인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생산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머를 포함시킬지 여부다. 플라스틱 생산 기반이 없는 유럽연합(EU)과 폐기물 오염의 피해국인 아프리카 등은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플라스틱 최대 생산국인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반대하고 있다.
협상을 이끌고 있는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상 마지막 날인) 12월 1일 부산에서 합의에 이를 것으로 자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행사 전 각국에 협약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비공식 중재안을 만들어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폴리머 포함 여부에 대해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다소 느슨한 표현을 담았다. 그리고 각국은 이날 협상 시작 7시간여 만에 참여국 만장일치로 중재안을 토대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지지하면서도 주요 쟁점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생산량이 세계 4위이고 1인당 소비량은 1위인 만큼 규제가 생기면 산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 측 대표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단 협약이 도출되는 것”이라며 “협약에 감축 목표 등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