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무기 사용땐 양국관계 파괴” 위협 외교부 “러야말로 北과 협력 중단을” 트럼프 2기 안보보좌관 “협상 우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청사)의 모습. 2020.08.23 뉴시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24일(현지 시간)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도 차기 행정부의 우선 순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협상 타결에 있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루덴코 차관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야말로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 북한과의 군사 협력 일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우리의 핵심 안보 이익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맞섰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루덴코 차관은 “한국이 러시아 시민을 죽이기 위해 한국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면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왈츠 의원은 한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한국이 개입을 검토하고 있고 미국의 동맹국 또한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완화했다”며 “이 사태를 책임감 있게 종결해야 하며 억지력과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에서 확전하면 다른 쪽도 확전한다. 어떻게 평화를 회복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왈츠 의원의 발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18일에도 “북한은 더 많은 병력을 보냈고 한국은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사태가 어디로 갈지 모르게 됐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4일 텔레그램에서 “미국의 적 중 누구에게 러시아 핵기술을 넘겨줄지 생각하게 됐다”며 핵 위협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