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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못 믿어?” 로맨스 스캠으로 남성 84명 속여 122억 갈취한 일당 검거

입력 | 2024-11-26 16:06:00


한국계 여성 사진을 SNS 프로필에 이용한 모습(왼쪽)과 연애 감정을 쌓으며 투자를 권유하는 SNS 대화방 내용.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2024.11.26. 뉴시스 

연애 감정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수법으로 남성들에게 접근해 가상자산 등 투자를 권유하며 122억 원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6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로 모집총책 A 씨(20대), 관리총책 중국인 B 씨(30대) 등 12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포함해 조직원 총 2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가상자산, 금 선물거래, 쇼핑몰 사업 등 투자를 권유하고, 허위 사이트 가입을 유인해 84명으로부터 122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캄보디아 거점 로맨스스캠 조직과 라오스 거점 자금세탁 조직이 공모해 총책, 관리자, 기망책, 자금세탁책 등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계 외국인 여성을 사칭한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모의 여성 사진으로 가짜 프로필을 게시했다. 이어 일주일 이상 피해자들과 대화를 하며 호감을 산 뒤 가상자산이나 금 선물거래, 쇼핑몰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권유했다.

이후 수익을 많이 볼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허위 사이트로 유인해 회원 가입하게 한 뒤 허위 정보와 수익률을 제공하며 신뢰를 형성했다.

수익금이 쌓여 출금을 요청하면 세금·수수료·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한 뒤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뉴스1 

조직원들은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관리자들은 개인 활동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드는 등 체계적으로 범죄 조직을 운영했다.

피해금은 1인당 최소 100만 원부터 최대 20억 원 이상에 달한다. 피해자들의 연령대는 20~70대로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올해 4월 투자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착수, 지난 8월 주요 총책  A·B 씨 등 조직원 20명을 전국 각지에서 검거했다. 해외 체류 중인 중국인 총책 등 조직원 6명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최근 연애감정을 이용한 신종 투자사기가 늘고 있고 범행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며 “SNS 등 비대면으로 투자를 유도하거나, 특히 특정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며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