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효 관세청장
‘비트코인 피자데이’라고 들어봤는가. 이는 매년 5월 22일로,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현물 거래 수단에 사용된 2010년 5월 22일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라고 한다.
당시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구매했다고 하는데, 2024년 11월 현시점의 우리로서는 천지개벽할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피자 두 판과 맞바꾼 비트코인의 자산가치가 무려 1조 원을 훌쩍 넘어섰으니 말이다.
이제는 역사가 되어 버린 첫 실물 거래 이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가상자산이 가진 보안성, 확장성, 비용 효율성 등을 기초로 여러 긍정적인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 익명성과 높은 이동성을 지닌 가상자산이 갖은 불법 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을 악용한 범죄 의심 사례로 법 집행기관에 통보된 건수가 전년 대비 약 90%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 5년간 관세청이 단속한 외환 범죄 중 80%에 달하는 9조 원가량이 가상자산 사건일 정도로 무역 분야에서 가상자산을 악용한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불법 행위는 무역 질서 교란과 국부 유출 같은 일차적 피해는 물론이고 향후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제도권 편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이에 관세청은 가상자산을 악용하는 무역 범죄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조직의 가상자산 범죄 단속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관세청 내 ‘가상자산 범죄 전담 대응반’을 신설했다.
더불어 기술의 고도화로 더욱 복잡다양해지는 범죄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 가상자산 추적·분석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가상자산 조사 전문가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 합동수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검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6개 수사·금융당국과 협업 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가상자산의 어두운 면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관세청의 모습을 보니 영화 ‘다크 나이트’가 떠오른다. 물론 배트맨과 달리 관세청은 법의 울타리 안에 있는 합법적인 수사기관이지만 범죄라는 어둠 속에서 묵묵히 우리 사회를 지켜 나가는 모습이 닮았다고 느껴졌다.
앞으로도 관세청은 밝고 건전한 가상자산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가상자산을 악용하는 무역 범죄를 지속적으로 척결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