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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임수]獨-美-日 자동차 강국들의 구조조정 도미노

입력 | 2024-11-26 23:18:00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공장 3곳을 폐쇄한다는 비상 경영을 선언해 충격을 주더니,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빅3’ 중에선 GM을 제외한 두 곳이 이달 들어 대규모 감원 계획을 알렸다. 포드는 유럽 전체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4000명을 내보내기로 했고, 지프·크라이슬러가 속한 스텔란티스는 미국 공장 직원 1100명을 줄인다고 한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 가던 ‘레거시 기업’들이 전기차 전환의 격변기를 맞아 생존 경쟁에 내몰린 것이다.

▷굴지의 일본 자동차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로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 불리는 태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3대 자동차 업체 닛산은 전 세계 직원의 7%를 해고하고 차량 생산의 20%를 축소한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태국 현지 직원 1000명을 줄이고 태국 공장 한 곳의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혼다와 스즈키도 내년에 태국 현지 공장의 가동을 멈춘다고 한다.

▷전통 자동차 강호들이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생산 감축에 나선 건 중국 전기차의 파상 공세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중국 차에 뺏긴 데 이어 수십 년간 ‘안방’으로 호령하던 동남아, 유럽에서도 턱밑까지 추격당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동남아는 일본 차 브랜드 점유율이 90%를 웃돌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선 판이 뒤집혔다.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중국 전기차가 1위를 휩쓸고 있다.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벌써 20%를 넘어섰다.

▷중국 차가 더 위협적인 건 싸기만 한 ‘짝퉁 차’ 꼬리표를 떼고 기술력까지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사실은 상징적이다.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는 물론이고 차량용 반도체, 모터, 전장부품 같은 핵심 부품과 소재를 자체 조달하는 게 경쟁력이다. 이를 발판으로 BYD는 판매 대수에 이어 분기 매출까지 테슬라를 추월했고, 샤오미는 전기차 출시 1년도 안 돼 10만 대 생산을 돌파했다.

▷중국 전기차 공습에 전통 강자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으면서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적잖다. 국내 한 증권사는 “현재 온전한 자동차 기업은 현대차, 도요타, GM뿐이며 테슬라와 BYD를 더해 5곳이 최상위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에 품질까지 갖춘 BYD의 국내 판매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면 한국 시장도 언제 잠식당할지 모른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맞서 국내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